충전기를 안 들고갔는데 생각보다 디카배터리가 빨리 떨어져서
그걸 아끼려고 사진 안 찍고 넘어간 곳이 많아요. 사진도 별로 안 찍고.
하지만 태로각협곡에서 만큼은 아슬아슬한 배터리상태로 무진장 찍어댔습니다. 그야말로 절벽과 계곡과 동굴자료집
우리나라 산과 계곡도 아름답지만, 거긴 정말 스케일이 다르더군요.
3박4일 동안 (맨 첫날은 빼고) 아침밥은 전부 호텔에서 먹었습니다.
죽이나 토스트, 아니면 밥도 있고.
아침이라 그런지 뷔페인데 3일동안 메뉴가 거의 똑같았는데, 그래도 맛있습니다.
전날 냉방병 때문에 이불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뒤집어 쓰고 에어컨도 끄고 잤는데
일어날 때 몸이 후끈후끈... 자는 동안 약간 열이 났었던거 같았어요.
하지만 컨디션은 좋아졌습니다. 콧물도 안 나고. 하룻밤사이에 나아서 다행이군.
호텔 나서자마자 버스를 타고 이동.
들어가자마자 에어컨 바람 나오는 곳 전부 닫아놓고.
사실 이 날은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그래도 역까지는 버스를 탔습니다.
첫날에 얼핏 보고 '닭장인가?' 싶었던 바로 그 건물.
직접 가까이에서 보니까 그럴싸하더군요.
기차 도착할 때까지 잠깐 자유시간을 줬는데 그 때 편의점 좀 들러볼 걸 지금와서 아쉽.
기차안에서 찍은 풍경 두장.
(사진으론 못 찍었지만) 기차 내부의 광고포스터나 표지판들이
한자만 써있지 우리나라 기차랑 다를 바 없었습니다. 굉장히 익숙한 기분.
다른 나라 기차도 그러려나?
다음 이동장소가 '화련'인데 기차로 두시간 반 쯤 걸려서,
기차를 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보충했습니다.
저도 노래들으면서 꾸벅꾸벅 졸았구요.
기차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다음장소로 이동하다 내려서
현지식 점심을 먹었습니다. 테이블의 원판을 빙글빙글 돌려 반찬을 덜어먹는 건데
실제로 보면 약간 소박한데, 다 맛있어요.
이상한 식재료나 독특한 향신료도 안 들어가고.. 익숙한 맛.
다만 저기 저 콩나물무침은 현지요리가 아닌데,
한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배려인지 현지식 먹을때 마다 저거 아니면 깍두기가 꼬박꼬박 나오더라구요.
점심을 먹고나서 대리석공장을 견학했습니다.
(겉에는 말그대로 공장풍경이고, 내부는 못 찍게 하고.. 그래서 사진은 없음)
말이 견학이지 사실은 쇼핑코너.
대리석 뿐만 아니라 옥, 장미석, 자수정, 기타 보석류가 원석이랑 조각품이랑 잔뜩 있었는데
한국말 촘 하는 현지인 공장관계자 아저씨가 이것저것 안내했습니다.
대만이 옥이 유명하다잖아요.
우리나라 포함해서 다른나라에서 굴러다니는 옥 상품들이 다 여기서 가져오는 거나..
그래서 공장제 가격이라는데... 뭔 가격이ㅎㄷㄷ...
(그래도 다다음날 들른 쇼핑센터보다는 싸긴 했음)
선물로 남들이 다 사는 '전자파에 좋다는 옥팔찌'를 사고 싶었지만
본의 아닌 큰 지출 때문에
(동생이 면세점에서 갔던 그 하이엔드디카)
엄마 옥 목걸이랑, 친구들 줄 조그만 핸드폰줄 장신구만 사고 나왔습니다.
아, 자고로 옥을 만질때는 심장과 가까운 왼손으로 만져야 한다네요.
사람도 옥의 기운을 받고 옥도 사람의 기운을 받는다고 합니다.
걍 그렇다구요.
대리석 공장 바로 옆에 원주민쇼 공연장이 있었는데요.
동네마을회관 같은 아담한 규모에
....암만봐도 주변지역 대학생들 데려와 의상만 입히고 알바뛰기 시키는 듯한 그런... 토속 복장 입은 원주민 젊은이들이 입구 근처에서
자기들도 멋적은지 끼리끼리 시시덕대며 어정쩡하게 환영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는데
그런 어정쩡함이 더 흥미로웠음
좌석에 앉아서 구경하자니,
->앞자리에 앉으면 십중팔구 무대 막판에 불려나오기 때문에 절대로 안 앉음
사회자인지 리드자..아니 대표인듯한 한 총각이 중국&한국&일본말로 인사를 하더군요.
그리고
꽝꽝 울리는 요즘식 비트와 효과음이랑 아프리카 사바나 BGM같은 분위기에
진취적인 이미지의 멜로디도 좀 들어가고 거기에 뽕짝도 좀 섞어서 암만 들어도 원주민 전통노래가 아닌 거 같은(추측) 노래를 틀어주며
에어로빅 비슷한 춤이랑 부채춤으로 오프닝을 하는데
그 중 한 남자애가 춤 추면서 자기가 빵터져서 춤추는 내내 계속 실실 웃더라구요.
박자도 자꾸 틀리고. 아니, 남자애들 대부분이 (에이스 한 둘은 제외)
민망해서(그 전통 복장이 웃통을 깐 복장이었음) 저들끼리 막 웃고 눈치 주고받고.
막판에는 건성으로 추고선 날름 안으로 들어가고...
뭔가 대단히 인간적이야
반면에 여자애들은
(특히 키가 작고 좀 통통하고 얼굴에서 관록이 느껴지는 에이스)
정색한 채로 프로의식이 느껴지는 댄스.
하지만 그 다음무대부터는 레알 전통춤이 나왔는데
거기선 남자애들도 아주 진지하게 하더라구요.
특히 대나무춤.
대충 이런 느낌으로...
4팀이 4방으로 자리 잡고 대나무를 규칙적으로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안에 들어간 사람 역시 빠르게 그 안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여기선 확실히 다들 무형문화제(?)다운 심오한 집중력을 보여줬어요. 알바가 아니었구나
마지막에 관광객 몇명 불러서 원주민 결혼식 체험도 시키고,
단체땐스 추고 같이 사진찍어서 팔고(...) 그랬는데
참여는 안하고 구경만 했지만,
대학교 동아리팀 수준의 규모가 작고 소박한 공연이었는데 생각보다 깨알같이 재밌었어요.
공연장면 촬영금지라고 해서 사진은 못 찍었지만.
(그래도 찍을 사람들은 다 찍더라..나도 한장 정도는 찍을걸 그랬나)
그리고 버스를 타고 태로각협곡에 도착.
버스를 타고 한창 구경하다 잠깐 내려서 걸었습니다.
뭐 설명은 됐고, 일단 보시죠.
걸으면서 땀이 쭉쭉 나기는 났는데, 협곡을 구경하느라 더운 줄도 몰랐어요.
15분 정도 긴 거리를 걸은 다음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
그리고 휴게소에서 잠시 멈춰 쉬었습니다. 그 지역 원주민들이 가게와 시설을 운영하더군요.
원주민이 직접 만들었다는 핸드폰줄 장식품.
어머이건사야해!
뭔가 토속적이고 고운게 취향인데?! 대리석공장(...)에서 산 것들보다 더 그럴싸해 보이잖아
...해서,
부모님과 오랜 협상과정을 거쳐 (이 나이 먹고..하지만 돈을 내가 안 갖고 있으니ㅠㅠ)
이것도 간신히 친구들 선물용으로 샀습니다. 물론 내것도 챙기고 <-
왼쪽 부엉이 조각품을 살까 오른쪽 배 조각으로 살까 갈등때리다가
결국 반은 부엉이 반은 배.
친구들 한테는 복불복으로 가져가라고 해야지ㅎㅎ
(벌써 한 녀석은 부엉이 낙찰)
무지 순박하게 생긴 그동네오빠가 계산을 해주더라구요.
영어랑 손 제스쳐로 어떻게든 의사소통 오케이. (그리고 마무리는 언제나 '쎼쎼')
근데 알고보니까 한국돈도 받더라구요. 이럴 줄 알았음 지갑을 호텔에 안 두고 왔지...
아무튼 다시 버스를 타고 저녁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저녁도 현지식.
그런데 콩나물무침이랑(뭐 이건 그렇다치고)
삶은새우는 이 날 뿐만 아니라 다음날도 그렇고, 매 끼미다 꼭 나오더군요.
대만사람들이 새우를 좋아하나?
여기 가게에서 고량주를 싸게 팔고 있어서
(대만이 다른건 우리나라랑 값이 비슷하거나 더 비싸지만 술과 담배는 싸대요)
아빠랑 동생이 둘이서 엄청 들떠가지고,
결국 한 병 사서 싸들고 왔는데 나중에 호텔방에서 부자 둘이서 밤에 육포뜯으며 다 잡쉈다고...
저녁을 먹은 후
기차를 타기 위해 화련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역 주변의 풍경...
참 화련에는 과일들이랑, 옥이랑 '찹쌀떡'이 유명한데,
원주민들이 많이 해먹었다고 하네요. (대충 그렇게 가이드아저씨한테 들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보면 떡가게나 과자가게 간판이 자주 보여요.
역 주변에도 엄청 많은데 그 중에 가이드 아저씨가 특별히 추천한 가게로 들어가 봤습니다.
화련 역 입구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꺾으면 보였..든가,
가물가물하네.
여기서도 선물용을 따로 살까.. 했지만 요 앞에 실랑이 벌였던 것도 있고 ^^;
눈치 때문에 딱 한봉지 사서, 호텔방 안에서 가족들이랑 나눠먹어버렸스빈다
다음에 대만 또 오면 이거 잔뜩 사야지.
낮에 탄 건 그나마 덜했는데(라기보단 창가 햇빛때문에 못 알아챔)
밤에는 또 에어컨을 무진장 틀어주더군요;
어유 이놈의 에어컨... 졸다가 추워서 깨고 졸다가 삭신 쑤셔서 깨고를 반복하다가
호텔에 도착. 전날보다는 덜했지만 역시나 녹초가 되어서 금방 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