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고 싶은 곳 서너군데만 찍어두고
나머지는 가는길에 들르거나 가까우면 들러보는 식의
나름 자유(?)여행.
숙소 때문에 크리스마스 끝나자 마자 출발한 거라 시기적으로도 좀 얼떨떨한데다
추운 겨울이기도 하고 (심지어 첫날부터 갑자기 폭설)
3년전 여름에 갔던 데는 또 안가기로 했기 때문에
대표적인 관광지인 용두암이나 무슨무슨 폭포 같은 곳은 이번엔 안 갔어요.
그래서인가 관광지에 머물때 보다 차에 타고 있을 때가 더 많았고 멀미도 상당했고
사진도 저번 대만여행때보다는 많이 안 찍었네요^^;
집에서 가까우니까 청주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습니다.
생애 첫 비행기도 3년 전 여름에 여기서 탔었죠.
그사이 시설이 많이 좋아진 듯?
그리고 3년 전 여름에도
연필깎기용 필통속 커터칼이 공항검색대에 걸렸었는데
(이땐 한창 깎아쓰는 연필로 그림 그리던 때) 이번에도 가방속에 커터가...
아 근데 들어있는 줄 전혀 몰랐는데;;;
저번 친구 졸전 도와줄때 쓰려고 넣어놓고 까먹었었나보다... 이런...
아무튼, 3년 전 처럼 이번에도 공항에 기증(?)했습니다.
(기분 탓인가 지금생각해 보니 '반입금지'전시물 중에 있던
노란 커터가 3년 전 내 꺼랑 닮은 거 같기도..)
엄마 왈 "여기 직원들은 니가 무슨 상습 테러리스트인줄 알겠다ㅋㅋ"
3년 전엔 (나는 물론 가족들까지) 완전 쫄았었지만
이번엔 쏘쿨하게... 아니, 쏘쿨이건 뭐건간에...
공항 가기 전엔 가방을 잘 들쑤셔본 후에 갑시다. ㅠㅠ
그리고 비행기 탑승.
날개근처 복도쪽 자리. 3년 전엔 겉으로만 태연한 척 하지
엔진 진동에 쫄고 방향틀때 비행기 쏠리는거에 엄청 겁나서
'뭔일 나는 건 아닐거야지 하하하하 설마' 하면서
허세부리려고 맘속으로 엄청 억지로 웃고 그랬는데
이번엔 안 그랬음.
..............한 30% 정도 밖에...
청주와 제주도 사이는 짧으니까 기내식 대신 쥬스 한컵.
탈때도 비행기가 늦게 오더니 기상문제로 착륙도 늦어지더라구요. 어쨌든 착지.
그런데 활주로를 달릴때만 해도 비가 내렸는데
비행에서 딱 나와 공항쪽 통로를 걷자 갑자기 함박눈 펑펑으로 바뀌는 겁니다.
"우와 멋있다~ 우릴 환영해 주나봐"
공항에서 나오니까 환영해 주긴 개뿔. 추워죽겠다
공항 주차장에서 냉큼 랜터카를 찾아서 꼬고.
'그래도 여긴 들러봐야겠다' 리스트 중에 맛집을 담당했던 막내가
"우리들이 국밥 먹는 것 처럼 여기 사람들은 고기국수를 먹는대"라고
출발 이틀 전부터 고기국수고기국수 노래를 해왔기 때문에
부모님은 약간 시큰둥해 하시면서도 일단 고기국수집으로 직행.
삼대국수였든가...
과연 동생이 알아봐 둔 곳 답게 각종 요리프로그램 이름들이 쫘악 달려있더군요.
게다가 8,9테이블 정도가 예약석. 나중에 투어손님들이 단체로 들어와 앉았고...
느끼할 거 같다고 혼자 근성의 멸치국수를 시켜 드신 엄마를 뺀
나머지는 다들 고기국수에 만족. 양도 푸짐하고 (한 그릇에 오천원)
특히 고기가 참... 감칠맛 나는 것이 +_+ 그러면서 돼지냄새? 같은 건 별로 안 나구요.
이래서 제주도 흑돼지, 흑돼지 하나 봅니다.
근데 그렇게 맛잇게 잘 먹고 있다가 '고추가 별로 안 맵네'라고 엄마가 집어준 거
무심결에 받아먹었다가 완전 매워서 막판에 물배를 채운게 쫌..ㅠㅠ
아무튼 이렇게 국수(랑 물)로 배를 좀 그득히 채우고
숙소에 짐 풀러 가는데
다른 사진은 다 날리고 이거하나. 하지만 이 사진도 당시의 눈보라를 2%도 표현하지 못 하고 있음
눈이 정말 퍼엉퍼엉퍼엉 내리는 겁니다. 아니... 진짜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집근처에서 보는 눈이랑 차원이 달라. 달리면서 보니까 더 그런 건가?
하지만 엄지손톱만한 눈송이가 공기를 메우듯이 꾸역꾸역 쉬지않고 내리는데
분명 5분전엔 아직 아스팔트가 좀 젖은 수준이었는데 어느새 막 10~20cm씩 쌓여있고
달리면서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왜 차를 세우고 있나.. 했는데
알고보니 다들 바퀴에 체인 씌우느라 그랬던 거였고
결국 우리도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가다가 차를 세웠고
3분도 안 돼서 아빠랑 막내는 박대기 기자처럼 됐고
하필 그 체인이란 물건이 쓸데없이 아이디어 상품이라(?)
뭔가 장착법이 달라서 오랜 시간 쩔쩔매다가 중간에 체인도 끊어졌다는 거 같고...
어쨌든 성공해서 달리고 있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막 체인을 바퀴에 걸쳐놓은채로(?) 달리고 있었고
바람이 심하다 보니 나무 한쪽면에만 하얗게 눈이 발라져있고
그중 상당수가 야자수라서 참 묘한 광경
아무튼 드라이빙을 계속한 끝에 숙소 도착.
내리자마자 또 바람이 무시무시해서 일단 도망치듯이 건물 안으로.
나름 깔끔아담아늑한 숙소. 우리집 보다 난방상태가 더 좋음
해양 경찰 수련원입니다.
요 며칠을 여행 날짜로 잡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 있어요.
딱 이 시기동안 경찰가족들에게 대여를 해 주거든요.
-> 평소엔 경찰 분들이 쓰는데 방학시즌에 비게 되면 가족들에게 빌려줌.
리모델링 한 지 얼마 안되서 깔끔한데다 숙박비가 엄청 쌉니다.
더군다나 제주도잖아요. 그래서 경쟁률이 쌔죠.
(예약 첫날의 바로 전날 아빠 명령대로 23시 58분 부터 사이트 대기타서 얻은 방)
방도 따땃하고 티비도 엄청 좋은 거 있고(무려 S사 LED)
다들 배깔고 누워있는 분위기에 엄마 혼자 "여기까지 왔는데 티비나 볼 거얏?!!"
그래서 의무적으로 지도를 뒤적여 봤습니다.
눈 오는 날 다운 뿌연하늘.
숙소가 수련원 답게 관광명소가 몰려있는 동네랑 좀 떨어진 곳에 있어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이 여기 트릭아트 박물관.
의외로 안에 사람이 많더군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아마도 우리가족처럼 추우니까 어쨌든 안에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 온 거 아닐까?
사진은 더 있는데, 흔들렸거나 or 초상권 때문에(?) 안 올림.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세계의 명화들을 벽에다 그려놓는데
그중 일부를 액자 밖으로 튀어나오게 하고 그림자도 같이 그려 입체감을 주고
(또는 소품을 활용) 거기에 도료 광택빨 조명빨 등을 얹어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사람과 그림이 함께 하는 것 처럼 보이게끔 하는 거.
여기서 특히 인기 있었던 건,
탁자 위 프라이펜이랑
(잘 하면 사람 머리 하나만 덜렁 프라이팬 위에 있는 것 처럼 보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액자 안쪽 공간을 비워둬서, 마치 그림속에 사람이 들어가 있거나
액자에 걸쳐앉은 것 처럼 연출할 수 있는데, 커플들이 좋아죽음)
들어가기 전엔 '방학숙제 하는 초딩들이나 오는 곳이지'라고 시크하게 생각해 놓고선
막상 들어가선 낄낄대며 좋아하는 나를 발견.
그리고 딴 소린데
박물관 출입구에는 과자가게랑 카페가 있어서 무진장 달콤한 냄새가 납니다
정통 어쩌구 에그타르트라는 걸 팔고 있어서 아주 달짝지근한 냄새가...
게다가 커피냄새까지. 그리고 사탕들의 시각적인 자극. 요거 옆에는 젤리빈도 팔고 있고.
아... 사먹고 싶었는데 지갑을 차에다 두고 나오는 바람에...ㅠㅠ
무슨 회가 아니라 삼겹살 같음
동생이 고기국수 노래를 불렀다면, 아부지는 계속 회를 말씀하시더라구요.
사실 아부진 외출했다 하면 열에 일곱여덟은 회를 찾으시지만...
아무튼 숙소로 가는 길에 우연히 들른 무슨 수산마트에 들러서 회를 먹기로 했습니다.
히라시(집에서 찾아보니 '방어')를 한 마리 시켰는데 나온 게 저겁니다.
물고기 자체가 엄청나게 크대요.
무슨 삼겹살이 나온 건 줄 알았다면서 아빠랑 막내가 입이 떠억-
가격은 25000원. 저거 말고 매운탕도 먹어서 전부 4만 얼마..나왔던가?
저곳은 가게안에서 먹기보다는
대개 사람들이 차 타고 와서 회만 사가지고 가는 곳이었는데 (많이들 사 갔음)
마치 고기 궈먹으러 가듯이 여기서 시켜먹는 듯.
뭐 찾아보니까 제주도 방어보다 다른 곳 방어가 더 맛있다느니
이 근처 방어는 '싼 대신 맛이 별로다'라고 하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다른 곳에서 먹어 본 적이 없으니)
아무튼 싸고 양이 많잖아
엄청 신난 아부지와 막내. (남자들이란)
그 당면같은거..천사채? 갱? 그거로 부피 늘린 게 아니라
뻥안치고 밑에 딱 손바닥만한 크기로 살짝만 깔려있음.
(위의 사진이, 회가 2층인가 3층 쌓여있는 거)
두껍게 썰어서 약간 쭐깃..한 감이 있긴 한데
그게 또 씹는 맛이 있다고 아부지는 참 좋아하시고.
-> 다음날도 여기서 한마리를 또 끊어오셔서 숙소에서 술이랑 잡수셨음^^;
아무튼 맛있게 먹었어요.
다섯명이서 먹는데도 너무 배불러서 매운탕은 먹는 둥 마는둥.
사실 매운탕도 맛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