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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또는 팬아트/감상만

영화 감상 : 킹스 스피치


킹스 스피치
감독 톰 후퍼 (2010 / 오스트레일리아,영국,미국)
출연 콜린 퍼스,제프리 러시,헬레나 본햄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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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일요일에 보고 왔습니다.

※ 실화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미리 알려져서 손해 볼 게 뭐가 있을까 싶지만...
혹시 또 모르니 스포일 주의.






↑ 영화표 인증. 좀 많이 찢어놨지만.


지금 영국의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인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아카데미 상 수두룩 탔다고 선전 때리는 것 치고는, 그리고 영국 왕실 얘기를 다룬 것 치고는
스케일 소담하고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점잖고
감동을 기본으로 깔아 놓은 채, 빵 터진다기보단 깨알같은 재미를 뿌려놓은
강렬함으로 승부하기보단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입니다.
사람에 따라선 조금 심심한 감도 있겠지만- 전 재밌게 봤습니다.
원래 이런 영화가 취향이기도 하고

시대 상관없이 영국 왕실 얘기를 좋아하니까!
그리고 콜린퍼스가 주인공이니까!!
오오 콜린퍼스 오 콜린퍼스


(사진 출처 :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76439&imageNid=6221293 )

오만과 편견(영화말고 BBC 드라마)에서 레전드급 연기를 보여주었던
꼬장한 귀족 남자 꼬귀남(?)의 진수 콜린퍼스!!
내 여자 리지에겐 따뜻했던 다아시역의 콜린퍼스!
그때 이미 약간 노안이라서(?)
지금 봐도 주름살 약간 말곤 크게 인상차이가 안나는 콜린퍼스씨!
(...칭찬이야?)

->대표작으로는 브리짓존스의 일기에서 상대역 '마크'
   러브 액츄얼리에서 청혼하려고 말도 안 통하는 외국까지 날아갔던 그 작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화가 베르메르 등등.

개인적인 빠심을 제하더라도
콜린퍼스만큼
'두껍고 단단한 벽에 싸여있던 사람이 한 번에 허물어지고 서서히 마음을 여는'
모습을 잘 연기할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싶네요.



왕가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 하지만 또 왕가사람이라서 얻는 지독한 스트레스와 강박감.
부족한 자존심과, 자신에 대한 실망과 답답함과 미안함.
여러가지 심정이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다가..
그 동안 그렇게나 라이오넬에게 왕자랍시고 딱딱하게 굴어놓고선
왕위를 이어받은 직후 부담감에 짓눌려 '난 왕이 아니야'라고 아이처럼 울며
마음의 무언가를 털어놓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라디오 연설보다도 훨씬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물론 첫 걸음마를 지켜보는 듯한
위태위태한 조지6세의 라디오 연설도 인상깊었지만요. :)

콜린퍼스의 조지6세 뿐만 아니라
제프리 러쉬가 연기한 라이오넬 박사도 매력적인 캐릭터였구요.
-> 성격만 놓고 보면 가장 내 취향이었던 영감님.ㅎㅎ
대범하고 위트있고 따뜻하고. 끝내 이루지 못한 연기자의 꿈(?)
박사의 가족들도...특히 아들들이 귀여웠구요. (특히 시크하게 책만 읽던 걔)

영국 왕실의 이런저런 뒷모습을 엿볼수 있는 것도 영화의 묘미.
(제가 영화관 들어가기 전부터 기대했던 것이기도 하구요)
'이제 왕족은 가장 비천한 존재'라며 비탄하던 아버지 조지 5세.
오히려 엘버트가 귀여운 말 더듬이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깝깝한 왕궁에 시집 올 결심을 했다던 왕자비.
아버지 조지6세가 왕위에 오르자 평소처럼 쪼르르 달려가 안기지 않고
어린나이에도 어색하게 나마 경의를 표시했던 어린 공주들.
그리고 그걸 가슴 아프게 지켜보는 아버지.

세기의 로멘스로 알려진 윈저공의 러브스토리가
  ->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하다니 동화처럼 낭만적인 이야기지만
당시 왕실에선, 특히 조지 6세에게 얼마나 큰 민폐였는지 보여주는 나름의 재해석(?)
성격도 추구하는 것도 달라서 애증 비슷하게 갈라선 두 왕자의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영화에선 아주 짧게 나왔지만요.


아카데미 상 싹쓸이 하고도 남을 연기를 보여준 콜린퍼스.
재미와 따뜻함, 공감과 감동. 시대속 왕가 살짝 엿보기.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제시하는 건 보너스.

이건 반드시 나중에 EBS 주말의 영화로 몇번이고 나올거다!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추천해요. :)




덤1.

영화의 뒷 얘기들도 재밌습니다.
라이오넬 박사의 일기를 뒤늦게 발견해서 급히 대사에 반영 했다거나
감독이 어렸을때 말더듬는 증세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에 그 경험을 한껏 반영했다든가
(치료 방법 중 몇 개는 감독이 받았었던 치료법)
영화 촬영 끝났을때 콜린퍼스에게 일시적으로 말더듬 증상이 왔었다든가
영화에서 제법 비중있게 등장하는 처칠은
사실은 당시 왕가에서 이름만 얼추 알려진 정도밖에 안됐었다든가...
(왕가 파티에 초대될 만큼 친한 인물은 아니었다네요)


덤 2.



(출처 :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76439&imageNid=6227343 )

왼쪽부터 라이오넬 박사, 박사의 아내, 조지6세.
재밌는 게, 박사의 아내로 등장하는 배우분은 '제니퍼 엘'


(출처 :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35845&imageNid=4779629 )

오만과 편견 BBC드라마에서
엘리자베스 베넷... 그러니까 콜린퍼스의 상대역이었어요!!
심지어 드라마 제작 당시에 잠시나마 서로 사귀기까지

영화속에서 남편의 환자가 조지 6세인 걸 처음으로 알고 깜놀해 하는 부인의 표정...
그게 참- 오묘합니다ㅋㅋㅋ
감독이 제 입으로 말했다네요. '내가 좀 짓궂은 구석이 있다'라고.ㅎㅎㅎ


덤3.

생각 난 김에 오만과 편견 드라마도
다시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