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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일기/기타

퍼가기에 대한 넋두리. (수정)

1.
사실 저도 원래는 '불펌금지'에, 
개인홈페이지 하나하나에
칼같이 오른클릭을 막아놓던
퍼가기에 아주아주 예민한 성격이었지만,


이곳으로 건너오고 나서
제가 아직 실력도 부족하고,
제가 무슨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서

이래저래 티내거나 생색내기도 쑥스럽거니와... 딱딱거리는 듯한 글은 쓰고 싶지 않았고

'그럴사람도 없는데 미리부터 경고글 부터 쓰면 김칫국 마시는 거 같고 좀 그렇겠지?'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처만 있으면 얼마든지 퍼가셔도 됍니다' 라고 공지를 썼었습니다.

솔직히 다른곳에도 퍼지기 바라는 마음도 약간은 있었구요. 네. 있었어요.


2.
근데 설마 정말로 줄줄이 퍼가는 사람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것도 포스트 수십여장을 다 퍼갈 줄도 몰랐고,

그걸 직접 제 눈으로 봤을때 이렇게 심란해 질 지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제가 '출처만 있음 괜찮습니다'라고 말해둔 것도 있고 해서

그래도 저사람은 이게 맘에 드니까 퍼간 걸 테지
출처는 달아줬잖아 홍보도 겸하는 걸 지도 모르니까 괜찮아 하고
암만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했지만 


포스팅을 올릴때 마다 들였던 정성들과 과정들 생각이 자꾸나고 
그래서 마음진정이 잘 안되더라구요.



3.
그 당시에 이 일에 얼마나 상심하고 분노했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여기다 길게 써놨었는데
몇달 지나서 다시 보니까 횡설수설 써 놓은 게 부끄러워져서
일단 다 지우고 고칩니디만....
사실 그땐 정말 술취한 사람마냥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너무 열받고 화가나서 정줄을 놨었었죠.

어쨌거나ㅡ 그당시 여기다 썼던 얘기를
좀 더 다듬어서 다시 써보자면...


일주일에 서너번씩 포스팅 하는 건 소재거리 찾는 것도 장난 아니고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으면 그대로 블로그가 동결되 버릴까봐
어쩔땐 정말 간신히 쥐어짜내듯이 포스팅하기도 하고...
블로깅이라는게 마냥 쉽고 편하고 즐거운 일 만은 아닙니다.

특히 그림을 그린다는 건, 

이런식의 괴발개발 낙서가 아닌이상

밑그림->비례잡고 수정->펜터치->선다듬기->컬러링->최종수정..등등
글쓰는 것 보다 훨씬 시간도 정성도 많이 들어가거든요.
 

...물론 글도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또 솔직히, 그림을 그려넣더라도 좀 날로먹는 포스팅도 분명 있긴 한데;
그래도 작업속도는 그림쪽이 더 오래걸려요.
빨라봤자 두어시간이고 어떤 건 퀄리티에 따라
반나절, 며칠을 금방 잡아먹어버리곤 하니까.
..

또, 만화의 경우엔 더하죠. 컷도 많고 스토리도 짜야 하니까.

중간에 내용이 잘 안풀려서, 막히는 부분이 나와서, 슬럼프가 와서
솔직히 여러번 때려치고 싶기도 했고...

사실 정식연재가 아닌 만큼 얼마든지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짓을 계속 한 건...


물론 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려서 제3자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자기만족도 있었지만 
늘 들러주시고 내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다신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그래도 그림그리는 사람으로서 살아 평생에 '뭐 하나는 반드시 끝장을 내보겠다' 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오기만 가지고 어금니 꽉깨물고 우걱우걱 그려왔던 겁니다.

작업중엔 징징 짜고, 거의 다 끝난 걸 다 때려엎고 처음부터 다시 그리기도 하고
마감직전엔 하루종일 컴퓨터에 앉아있다가 겨우겨우 업로드 한 후 쓰러지듯이 잠들곤 했지만,
자고 일어나서 댓글과 추천수가 늘어있는 걸 보면
크리스마스날 아침 산타에게 선물받은 것 처럼 뿌듯하고
가끔씩 '벌써 연재횟수가 이렇게 됐구나' 하고 혼자 감회에 젖어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1년넘게 연재하면서 이런 희노애락까지 깨알같이 모으고 모아왔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가 모르는 누군가 
그 모든 결과물을 한꺼번에 뭉턱 들고가버리면...
(그것도 RSS수집이면, 내가 그려서 올리면 손안대고 저절로 거기에도 뜨는 방식인 만큼
정말 날도둑놈같은 짓인데...)


정말이지........................


또 흥분해서 말이 길어질까봐 이쯤에서 끊지만

창작물은 늘 항상 자기가 낳은 자식처럼 애틋합니다.
또 남들이 그걸 보고 좋아해주면 '제가 그린거에요'라고 생색 도 좀 내고 싶고요.
....솔직히 고생 한 건 맞으니까...왜, 생색 좀 내면 안돼냐? ㅠㅠ
남들이 기뻐해주면 나역시 기뻐! 보람차! 행복해!
그런데 그런 깨알같은 만족감까지 싹다 가로채가면 좋냐? 응 좋냐?
살림살이 좀 나아지냐? 멱살 좀 잡혀볼래? 니가 한번 그려봐 이자식아

...대충 그런 얘기였습니다. 
좀 뻔한 내용이죠.
 
하지만 정말- 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요. 사실 아직까지도 뒤끝이 남았습니다. 
원래 뒤끝있는 성격이기도 하구요. 
 잊지 않을 겁니다 그때 그 K님...



.............



4.

스스로 보기에도 아직 많이 부족한 그림과 만화들이긴 합니다. 
겸허한 척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습니다.
구도는 한정되있고, 연출도 내용도 야무지지 못합니다. 깊이도 얇팍하구요.
제가 좋아하는 것만 그리다 보니 취향도 한정되어있구요.
연재주기가 불확실하죠. 아직도 시간과 작업분량을 칼같이 관리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아마추어 수준이라 아직도 정식연재 시도는 엄두도 못내고
(책임감에 짓눌려서 도중에 손을 놔 버릴까봐 두렵기도 하고... 몇 번 그런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저 '완주'만을 목표로, 비교적 마음 편한 개인블로그에다
차근차근 하나하나씩 올리고 있는데


그래도 
올릴때 만큼은 정말 열심히 그려서 올립니다.
못난 그림일 지라도 제가 완성한 것들에 대한 

애정이랑 책임이랑 소유욕만큼은 듬뿍 가지고 있거든요.
 

'냉큼 휘갈겨 그림' '이번그림은 내가봐도 좀 별로네요' '날려서 그림'
라고 하지만 진짜로 그렇게 쉽게쉽게 그린 거 없습니다. 
나이드신분이 '어유 늙으면 죽어야지' 하시는 거랑 비슷한 뉘앙스의 말이지
최소한 다른 누군가가 볼 수 있는 그림인 만큼 
블로그에 올리는 건 하나하나 다 신경써서 그리는 겁니다.
선 하나를 긋고나서도 맘에 들지 않아서 지우고 다시그리거나 덧그리곤 합니다.
...사실 그닥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기왕이면 한 번에 맘에 드는 선이 나오게끔 해야겠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괜찮게 보이기 위해서
제 나름대로 그렇게 노력한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5.

애초에 저는 이곳에는
정말 오로지 만화랑 그림이랑 제 관심사에만 올인하고 싶습니다.

그냥 내가 내 그림그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신경쓰고, 생각하며 살고 싶어서
(원래 새로운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낯가림 성품과, 개인주의 귀차니즘도 있지만)
남들은 다 한다는 블로거간 교류도 안하고,
답글달던 것 조차도 언제부터인가 딱 끊었는데...

->그래서 가끔은 정말 고마운 댓글, 방명록 글들에 답을 못드려 죄송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1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한 만화에 올인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아해주시는 여러분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펌질 당한 것 때문에 속상해서
항의를 하든 신고를 하든 타이르든 하소연을 하든...
좌우지간 그런 일로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게 너무 싫습니다.
일단 그런 일이 생기면 모든 의욕이 뚝 떨어져요. 
블로그에 들어오는 것 자체도 싫어지고... 



....정말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면서

100% 막는 건 불가능 하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공지까지 새로 뜯어고치면서 (
http://mtothej.tistory.com/notice/61)

조금이라도 그걸 예방하고,
또 한편으론 당부/부탁하고 싶어서 막 이러고 있는 겁니다.


공지에도 적었듯이 완전 퍼가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쉽게 한꺼번에 많이 수시로 막 펑펑 퍼가지 마세요
무슨 자기 숫자 채우려고 하듯이. 





6.

참고로 저를 포함해서,
자기가 직접 창작하는 사람들(글, 그림, 영상, 게임, 음악 등등)은

일부러 따로 언급을 안해도 퍼가기에 대부분이 예민한 편입니다. 아마 그럴겁니다.
왜냐면 장르분야 불문하고 다들 만들면서 개고생을 하니까요.
->그러니까 이런 류의 사람들의 걸 퍼가고 싶을땐 우선 긴장부터 타는게 좋습니다


원작자로서 "이건 딴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만든 거"라고 

남에게 생색내고 싶어하는 것(이것도 저작자의 권리에 속합니다)은 둘째치고,
 

(위에도 말했지만 또 말하는 건데)
자기는 고생해서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넘도록 오랫동안 걸려 완성품 하나를 뽑아냈는데,

생판 모르는 곳에서, 길어봤자 수십분 걸려서 똑같은 결과물이 뚝딱 복사된다는 게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거든요.


 

다만 사람마다 가치관과 허용범위는 다르지요.


- '상업적 이용만 아니라면 괜찮음 전부 퍼가서 널리널리 알려주세요 허락 안 받아도됨' 하고 

   공유/배포를 가장 최우선으로 여기는 오픈마인드도 계시고

- 저처럼, 포스팅 대여섯개까지는 말없이 퍼가도 괜찮은데 통째로 수십개씩 퍼가면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냐ㅆㅃㅆㄲ' 울컥하는 사람도 있고

- '퍼가도 되지만, 그전에 꼭 미리 물어보시고 퍼간곳 주소도 남겨주세요' 하고 

   자기 창작물의 루트를 하나하나 파악하고 싶어하는 분도 계시고

- 글 한줄, 이미지 한쪽 가져가는 것에도 굉장히 예민해서 

  '불펌금지'를 매 페이지마다 표시하고 오른쪽클릭을 막아놓는 분도 계십니다. 

   (아무리 뚫는 방법이 있더라도, 일단 오른클릭이 막혀있으면 

   기본적으로 개인소장(하드저장 또는 비공개)만 하고, 재배포는 삼가하는 게 도리입니다)


이런 자신의 허용범위를 남에게 알리기 위해 달아놓는 게  

바로 CCL마크와, 공지사항, 불펌금지 표지입니다.
그러니 남의 컨텐츠를 퍼가고 싶을때는 꼭 그런 걸 눈여겨 봐 두세요.
퍼가도 되는지 안되는지, 된다면 어느정도까지 허용되는지. 




7. 

이건 프로, 아마추어, 상용화 여부, 객관적인 퀄리티 상관없이 다 해당되는 얘기고

초딩이 개발새발 그린 낙서라도 다 지켜주고 배려해줘야 하는 겁니다.


위에도 말했듯이 '날려그렸다'라는 건 내심 다 거짓말이고


혹여 그릴 당시엔 정말로 아무생각 없이 막 만들고 코푼휴지처럼 취급했더라도
남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면 어쩐지 다시보이고,
더 이뻐보이기까지 하는 게 창작인들의 심리인 만큼(못난 자식이 나중에 용된듯한 기분?) 

내가 봐도 너무 별로라서 손발이 오그리토그리한 물건조차도,
딴곳에서 남에게 함부로 대해지면 울컥하고 그렇습니다.
 

정말 자식이 따로 없어요. 창작은 애 낳고 기르는거랑 똑같습니다.

이런 심리를 부디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림쟁이, 창작쟁이로서 넑두리겸 하소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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