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갑자기 키다리아저씨가 급땡겨서
뭔가 그에 대한 잡담을 아무거나 막 쓰고 싶었던 거였는데
며칠에 걸쳐서 글을 나눠서 쓰다보니
방향성을 잃었다고나 할까...;
내가 이걸 뭐하러 쓰고있지........
...이러고 있지만!
아무튼 일단 칼을 뽑았으면 호박이라도 찔러야 하니까
계속 써봅니다. ㅎㅎㅎ
0.
넵. 저번글에서는
키다리아저씨가 사실은 '마냥 젠틀한 신사'가 아니다.
재미로 후원질 시작했다가 여대생에게 제대로 홀려서
농담으로 시작한게 어느새 진담으로..(?)
이래저래 휩쓸리게 된 못난 노총각이라고 했었죠.
...뭐 실제론 그렇게까지 못난 사람은 아니고
골드미스터? 집안좋고 옷 잘입고 다정하고 듬직하고, 부자치고는 순박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는데 (복지에 관심이 많은 걸 봐도...)
뭐.......짝사랑에 코꿰이고 나서는......
지못미.
아저씨의 피드백... 내지 팔불출짓.
쥬디가 최근 관심사나 바램 같은 걸 지나가는 말로 편지에 써놓으면 아주 높은 확률로 바로 다음 편지에
키다리아저씨or저비스씨의 에프터서비스(?)가 나옴.
사업가면 바쁠텐데 참 부지런도 하구만. 대단한 정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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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 대한 피드백 뿐만 아니라,
수시로 놀러와서 초콜렛이니 꽃이니 안겨주고
작가지망생 쥬디가 글쓰는 걸 도와준답시고 훈수질에
심지어 타자까지 대신 쳐주고...
쥬디에게 4년간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 변천사도 재미있는데,
처음엔 금화 다섯 닢으로 간단하게 시작 했던것이 ->추측컨데, 뭘 해줘야 할 지는 모르겠고 그냥 쌩 현찰은 좀 낭만 없으니 대충 그걸 보내준 듯
2년째는 그 돈으로 옷 사입고 딴 남자랑 춤을 추는 걸 보고
'안돼겠다' 싶어서 3년째에는 옷을 사주고 그거 입고 자기네 본가로 오라고 함.
그리고 마지막 4년째 크리스마스때는 저쪽이 먼저 부탁도 안한 선물 17개를 한꺼번에.
이런 포풍선물질에 오히려 쥬디에게 '제정신이세요? '란 소리나 듣게 됩니다ㅋㅋ
(...아, 물론 고맙다는 말도 듣긴 했지만요)
그런데
저비스씨와 키다리아저씨를 철저히 구분해서 서포트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바지런히 준비해 놓고서도
저비스씨로 전달할 때는 '지나가는 우연'인 양 쓰윽- 던져준다는 거죠.
아마 처음에는 '이 편이 더 재미있을 거 같아서' 그랬을 겁니다.
또 가만보면, 저비스씨로 직접 찾아올때는
높은 확률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조카 줄리아 핑계를 대는데
쥬디에게 대놓고 자기 사심을 드러내기 쑥스러워 했던거 같기도 해요
하긴 14살이나 차이나는데... 그 정도 염치는 있었던 모양.
다시 책을 싹 훑어보니까
저비스씨가 쥬디의 얼굴을 보자마자 막 들이댄 건 아니더라구요.
하긴- 그렇게까지 경솔한 양반이겠어...나이도 있는데.
그냥 풋풋한 여대생의 귀여운 근황편지를 읽고만 있었는데..
지미하고 춤 췄다는 편지 가 나온 다음부터
갑자기 부리나케 찾아와서 이거 해주고 저거 해주고 자기 어필을 해 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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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 첫번째 염장편지 직후에는,
억지로 여자 기숙사에 무리하게 쳐들어와서 (...물론 학교측의 허락은 받고)
같이 차 마시면서, 두 사람만 아는 농장얘기를 실컷 하고 (그 농장이 저비스씨가 자랐던 곳이니까 화제거리가 넘칠 수 밖에 없지)
친조카 줄리아핑계를 대면서 초콜렛 2kg인가 조공을 안겨주고 떠납니다.
그 후로 저비스씨로는 데이트,
키다리 아저씨로도 학비 말고 또다른 서포트...
갑자기 수표를 보내준다거나.
하여간 대부분 팔불출짓은 이 시기에 다 하다시피 했어요.
다음 해 여름에 쥬디 얘가 샐리네 또 가겠다고 하니까
갑자기 후원자 권한 카드를 발동
못가게 방어하는 한편, 자기의 본진 앞마당인 농장으로 가라고 초대반 명령반.
크리스마스때 자기도 본가에 쥬디를 초대하고요... (줄리아가 초대한 거지만 삼촌이 시킨거라고 추측됨.
왜냐면 줄리아랑 쥬디는 사이가 정말 데면데면하거든요.
줄리아는 삼촌의 감시꾼 내지는 앞잡이)
자기도 시간이 없어서 거기 오래 못 있을거면서
억지로 초대해 놓고...
그런데 나중 얘기지만, 이때 하필 쥬디가
펜틀턴 가문에게 잔뜩 쫄아가지고
나중에 저비스씨 청혼을 거절하는 복선이 되 버리거든요...
안습. ㅉㅉ
제 것에 영역표시(?)를 하고자 하는 수컷의 본능인지
갑자기 퍼뜩 본전생각이 나서
등골만 빼먹히고 닭쫓던 개 신세 내지는
죽쒀서 개준 꼴이 될까봐 그랬는지 몰라도
(...처음엔 순수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시작하고선!)
좌우지간 지미가 등장하면 그다음엔
꼭 저비스씨도 '나도 질수없뜸' 하고 등장.
뭐 그덕에 그 만큼 두 사람이 자주 만날수 있었고...
사실 샐리네 가는 거 반대하고 대신 농장으로 보냈을 때,
거기서 쥬디랑 저비스씨랑 데이트질 엄청 했었어요.
같이 캠핑하며 낚시하고, 교회가는거 땡땡이치고,
산책갔다 비맞고(?)
하지만 질투심때문에 '지미=샐리네'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다보니
그저 절친 샐리랑 같이 놀고 싶고,
동경하고 있던 화목한 가정을 체험해 보고 싶어하던 쥬디를
어리둥절 -> 반항하게 만들어버리죠.
_M#]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비스씨는 자꾸 초조해서 무리수를 두다못해
자기 본래 성질머리(= 고집불통에 제멋대로에 뒤끝)
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특히, 저비스씨의 애같이 제멋대로인 성격은
그 전부터 슬금슬금 예견됬었음. '남은 안 되는데 나는 됨' 심보라고 해야하나.
유모(지금은 농장주인)가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그러는지
농장에서 지낼 때, 농장일꾼커플이 마차타고 데이트 타려는 걸
'젊은 남녀 단둘이 있게 하면 안 좋다'면서 가로채가지고
자기 데이트에 써먹는다거나 (지들은 젊은 남녀 아닌가)
자기 좋을 시간에 찾아와선 자기 꼴리는 시간에 자기가 정한 위치에서 식사를 하고
(그 동안 농장의 딴사람들은 다 기다리고 있는데)
저비스씨가 뭔가 엉터리 합리화를 하면서
자기하고 싶은대로 능청맞게 유도하는 모습을
처음엔 쥬디도 귀엽게(?) 봤었지만...
하필이면 쥬디 얘도 고집 깨나 있는 성격이라서요...
사실 '키다리아저씨의 여주인공' 쥬디는
남주인공에게 도움받는다는 포지션에 있으면서도
의외로- 꽤 억세고 질기고 당돌하달까...
누가 보듬어주지 않으면 훅 날아갈 듯한 갸녀린 타입은 커녕
주면 무조건 넙죽 받는 성격도 아니라서
정말로, 키다리아저씨=저비스씨와의 싸움에서 끝장을 본다니까!
결과적으론 다 자기 꼴리는 대로 해버림.
그렇다고 저비스씨가 '너 좋을대로 해라' 하고 일부러 져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나이값 못하고 조카뻘에게 대단히 삐짐
어린시절의 열등감이나 상처 때문에, 남에게 받는다는 것에 좀 예민하고
징글징글한 원장선생에 대한 추억(?) 때문에,권위와 명령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립에 대한 욕구가 유독 억쎄서 '아저씨에게 받은 건 꼭 되갚아야한다'는
묵직한 책임감을 늘 가지고 있었거든요. 자아 고찰도 종종 하구요.
갓스물의 나이에.. 어쩔땐 저비스씨보다 훨씬 철들어 보이기도.
오히려 평범한 보통 여자애들이라면 별 생각 없이 넙죽 받을것들도
얘는 제가 아니다 싶으면 이를 악 물고 끈질기게 반대하는 기질이 있어서... 즉, 튕기는 맛이 있다 이거죠
아무튼 후원자 아저씨에 대한 존경과 호감은 별개로 놓고
특히 막판가선 마구 반항을 하게 되고
그게 맘에 안 드는 키다리아저씨&저비스씨는 화를 내거나 삐지고...
그 삐졌다는 사실에 쥬디는 더 삐지고..
하여간 꼭 똑같은 것들이 싸우게 된다고(?)
둘 다 똑같이 고집부리다가 판을 더 키우게 됩니다.
.....해서 둘이 싸웠던 것 중
스케일 큰 것만 두 개 추려서.
1라운드.
쥬디가 자기행동에 대한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을 했는데도
기거이 제 돈으로 도와주겠다는 저비스씨.
돈 주겠다는데 안 받겠다는 사람이나,
돈 안 받겠다는데 주겠다는 사람이나... 무슨 의좋은 형제냐
쥬디가 편지에서 말했듯이 '끝까지 저(쥬디)에게 책임을 지고 싶어서' 였는지
아니면 '비켜 얘 모이는 내가 직접 줄거야'(?) 비슷한
자기만족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애를 설득한답시고 '모르는 사람이 베푸는 호의를 받지 마라'라고 썼다가
쥬디에게 '아저씨야말로 모르는 사람 아님?' 하고 역공격을 당해서
...근데 맞는 말이긴 하지.
저비스씨야 편지 읽으면서 쥬디얼굴을 펑펑 떠올리겠지만
언제 자기가 키다리아저씨라고
얼굴까고 소개를 한 적이 있었남. 쥬디입장에선 모르는 사람 맞지.
하지만 쥬디 얘도 만만찮게 감히 후원자님께
'온실속의 화초' 라느니 '최후의 통첩'이라느니 '용돈조차도 안받겠다(?)'느니
간 큰 폭언과 협박을 하고ㄷㄷ...
...그래도 마지막엔 좀 기분이 풀어졌는지 무안했는지
'저한테 보낼 돈으로 다른 여자애를 후원해 주시면 되잖아요' 하고
나름대로 협상(?)의 여지를 남겨준 후 <-그래서 정말로 저비스씨가 딴 애를 후원했는지는 모르겠음
결국 성질대로 자기가 먹은 장학금 끝까지 안 토해내고
그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서 어영부영 물타기가 됬는데...
문제는 2 라운드.
이 싸움은 꽤 오래갔습니다.
특히 저비스씨 본체(?)가 직접 데미지를 입었기 때문에
후폭풍이 심했죠. (저비스씨에게)
자기가 해외로 가게 되서 쥬디도 끌고 가려는 건지,
쥬디를 지미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해외로 보내기로 먼저 정한 다음
자기도 거기에 맞춰서 스케쥴을 잡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자겠지. 아무리 팔불출이래도 후자는 아니겠지 설마)
이번엔 키다리아저씨 + 저비스씨 양동작전. 어지간히 데려가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쥬디는 제 나름의 이유로 여러번에 걸쳐서
끈질기게 거절을 했고...
심지어 저비스씨의 제안까지 거절.
'그럼 내가 직접 나서면 되겠지 걔는 아마 날 좋아하니까' 라는
근자감에 스크래치를 입은(아마도) 저비스씨는
쥬디에게 멍청하고, 바보같고 어쩌구 윽박지르면서...
...암만 그래도
조카뻘 애한한테 그게 뭐하는 짓이야?
orz
아무튼 그 일로 오히려 머리꼭데기까지 뿔난 쥬디는
냉큼 짐싸서 아저씨 허락도 없이
자기가 짠 계획대로 가정교사일 하러 가고.
이렇게 한차레 풍파를 잃으키게 됩니다.
결국 쥬디의 고집과 반항이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하긴 했지만요,
(나중에 본인도 인정)
어쨌든 되돌릴 수도 없는 거.
한 참 전에 다 끝난 얘기인데도
저비스씨가 편지로 또 '그때 그 일은 아직도 용서 못하지만'하고 뒤끝을 보여줘가지고설랑 ->거기에다 '얌전하게 굴면 다시 잘해주겠음'이란 협박(?)도 같이
원래는 일 끝나고 쥬디가 농장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저비스씨 약오르게 만들겠다'며 일부러 딴곳으로 새게 만들었고
하필이면 그 장소가 문제의 샐리네 캠프.
그리고 거기서 도사리고 있는 지미(?).
오오 지미 오오
그거 가지고 저비스씨는 또 삐져서 '나도 질수없뜸' 하고
마치 자기도 우연히 일생겨서 못가게 된것 '처럼'
미안하다고 편지로 시치미를 뗐다가 ...나중에 줄리아 통해 뻥이란 거 쥬디에게 다 들통나서 괜히 쪽이나 더 팔고 자기 뒷담까는 편지까지 받게 됐죠ㅋㅋㅋ지못미ㅋㅋㅋ
그리고 그 후로...
저비스씨가 개인적으로 바빠서 엇갈렸는지,
아님 쪽팔려서 or 여전히 삐져서 or 어색해서
or 화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무안해서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저비스씨가 얼굴을 안 비쳐서
그 후로 꽤 오랫동안 서로 얼굴도 못 보게 됩니다.
(물론 쥬디는 키다리아저씨에게 꼬박꼬박 편지를 썼지만)
이후부터가 저비스씨가 본격적으로 불쌍해지는 시기.
역으로 조련당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비로소 이게 미소녀육성시뮬레이션이 아니라는 걸 안 저비스씨는
"야 이거 큰일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어떻게 화해하게끔 조치를 취하고 싶어도 쥬디 얘가 말을 안 듣고 더 화만 내니까.
게다가 자꾸 지미놈이랑 축제다 뭐다 만나대고...
뺏길지도 모른다는 초조심에 금단증상에 시달려서(?)
얼굴은 못 보더라도 키다리아저씨로서 이것저것 퍼주기라도 하려고
크리스마스때 폭풍선물을 보내주고 ->편지상으로나마 '고마워요 감사해요 사랑해요'라는 말이 듣고 싶었나봄
'불쌍한 사람에게 백달러만 후원해 주심 안돼요?'
라는 말에 자기하곤 아무 상관없는 어느 의상실 아가씨를 위해서 수표를 보내주고 ->편지상으로나마 '고마워요 감사해요 사랑해요'라는 말이 듣고 싶었나봄2
'저비스씨가 조금 그리웠다'라는 편지글을 읽고
이젠 얼굴 좀 봐도 괜찮겠다...싶어 간만에 졸업식 핑계대며 만나려고 했는데
이미 줄리아네 삼촌으로서 초대당한 바람에
'키다리아저씨 졸업식때 와주세요'라는 부탁을 못 들어주게 되고
이에 쥬디는
'제 마음에서 아저씨를 도려내어 땅 속 깊이 파묻었다'는
살벌한 소리를 하며 또 삐지게 됩니다.
이런... 그나마 '키다리아저씨와의 관계가
마지막 연줄 같은 거였는데.
게다가 정말로 작가로 자립하게 되면
후원질=선물질도 계속 못할 테고,
설상가상 아저씨의 본진 농장에까지 지미놈이 쳐들어와서는
쥬디한테 지 직업이 어떻네 나중에 공장을 물려받을거네
썰을 풀어대니까 (쥬디는 그냥 전해들은 대로 적었지만,
아저씨입장에선 그렇게 순수하게만은 들리지 않았을 듯
이눔이 어디서 감히 지 장래얘기를 하고 있어? <- 이랬을듯)
결국 제멋대로지만 요령은 없는
도련님아저씨는
'안되겠다' 하고 궁지에 몰린 심정에
성급하게 부랴부랴 청혼합니다. (쥬디의 아저씨 조련성공)
그리고 차였음
근데 그 자리에서
왜 지미 얘기를 꺼내?!
(쥬디가 '제가 지미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줄 알아요'라고
편지에다 썼으니, 확실히 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지미에 대한 말을 했음)
물론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인 건 알겠는데...
쥬디가 (내가 봐도 의심 될 정도로)
유난히 편지에다 지미 얘기를 자주 쓰긴 했는데
차였으면 차인 거지
그걸 또 굳이 그 자리에서 그 이름을 들먹이는 건...
물론 그 덕분에 결과적으론 오해 풀고 잘 됐긴 하지만
그............뭐랄까...
좀...구질구질한데? orz
확인사살을 위해 하나하나 유도심문 하다가
'이거구나'하고 혼자 단정지은 건지
아님 질투심 폭발해서
다짜고짜 "역시 나보다 지미가 더 좋은거지!!" 하고
한바탕 진상부리고 떠난 건지 모르겠지만
(만약 후자면 더 찌질하고)
쥬디입장에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갑자기 청혼 받은것도, 딴 남자 때문이라고 오해 받은 것도)
아무튼
이 아저씨는 그렇게 차이고 나서는
상사병.
거기다 일부러 비 쫄딱맞고 폐렴에 걸려서 사태를 더 악화시킴
분명 일부러에요 일부러. 무슨 늦가을, 한겨울도 아닌데...
(늦여름 또는 초가을)
폐렴에 걸릴 정도로 비를 맞다니 어느정도 맞은거야 대체...
설마 쥬디와 같이 비 맞았던 추억이라도 떠올리며
청승맞게 혼자 하늘 보고 빗속에 서 있었다거나 한 건 아니겠지
폐렴은 '환자의 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기로
소설계(?)에서 아주 유명한 병이죠.
즉 이 아저씨는
'이제 꿈도 희망도 없어ㅠㅠ러ㅣㅏㅓㅠㅠ 차라리 죽는게 낫지'
라고 찌질대며
병에서 나을 생각 안하고 죽기 직전까지 갔다 이겁니다.
대체 뭐하는 거야 이 인간!!
나이 먹을만큼 먹고선!!
늦바람이 더 무섭다더니
35살이나 잡숫고는 자기보다 14살이나 더 어린 애한테 차였다고
막 삶의 끈을 놓으려고 이러고있다
근데 또 그런 와중에
그 동안 그렇게나 쥬디가 아저씨 만나주세요~ 답장해주세요~
심지어 '지금 저 굉장히 불행해요 꼭 만나주세요' 긴급 SOS를 쳤는데도
'나 아파서 못만남' 하고 계속 뺀돌댔던 양반이
"사실 저비스씨 좋아하는데 내가 고아라는 거 그사람은 모르고
알고나서 실망하고 민폐되고 그럴까봐 내가 차버렸음ㅠㅠ"
라는 쥬디의 고백편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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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가만보면 쥬디 얘도 참 웃긴게, 키다리아저씨에게 보내는 고백편지에다가
'누군지 짐작하시겠죠? 제법 오랫동안 제 편지는 저비도련님에 대한 이야기 뿐이었으니까요'
이러고 앉았는데 니가 언제그랬냐!!
근 몇달 동안 남자 얘기라곤 순전 지미 얘기 밖에 안써놓고
번개같은 스피드로
만나자고 답장을 보냈다는 거.
지금까지 중에 가장 빠른 반응속도.
야인간아
어쨌든 결국 쥬디랑 오해 풀고
사랑의 힘으로(?) 폐렴도 바로 극복했습니다ㅋㅋㅋㅋ
의사 왈 상태가 급 호전되서 10년은 젊어 보인다나 뭐라나.
그 와중에도 꼴에 허세부린답시고
저비스씨는 쥬디 만났을 때 '내가 키다리아저씬 줄 몰랐어?ㅎㅎㅎ'
이러고 있음. 어이구 이인간아. 죽다 살아나놓고선...
_M#]
결국.
철딱서니 없는 노총각 아저씨가 '엉엉 자립하지마 나랑 같이 살자 엉엉'
하고 목숨걸고 늘어지는 바람에
작가로서 자립하려고 했던 제루샤(쥬디).에보트양은
자기 미래계획은 한수 접고
불쌍한 한 인생을 구제해 주는 셈 결혼해 주기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저비 도련님" 어쩌구저쩌구로 시작하면서 보는 독자 오그리토그리하게 만드는
마지막 편지=러브레터(?)로 이야기를 마무리를 하는데요
처음엔 키다리아저씨가 저비스씨를 데려다 놔준 건 줄 알았다는 둥,
의사가 끌고나갈 때 까지(?)
30분동안 둘이서 뭉개고 있었다는 만남 후기도 쓰고.
그 편지를 읽으면서 입이 귀까지 걸려가지고는
'내가 (지미를) 이겼다~' 하고 좋아하는 저비스씨가 절로 상상되는구만...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고 이 멍충한 양반아
진작에 저비스 = 키다리아저씨라고
자기가 먼저 정체를 밝혔었더라면
수고스럽게 차이고 폐렴 걸리고 이럴 필요 없이 청혼 즉시 게임 끝이잖아.
하긴 그 동안 각종 개인정보를 몰래 취득&감시질 해 놓고선
무려 4년 이상 뻔뻔하게 시치미 떼고 있었으니
그걸 밝히기에 좀 켕기기는 했겠지. 어떻게 보면 스토킹 비슷한 건데....
.....이런 남자랑 결혼해도 괜찮겠니 쥬디?
또, 저비스씨가 자기 정체를 밝히는 과정도 뭔가 석연치 않아요.
1. 우연히 줄리아가 쥬디에게 병걸린 걸 지나가는 말로 알려서,
2. 거기에 충격먹은 쥬디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상담하기 위해
3. 자기 속내를 편지에다 죄다 까발려 준 덕분에
이렇게 다시 만나 볼 생각이라도 할수 있게 된 거지
만약 그 중 하나라도 성사되지 않았다면..
즉,
3. 상담하고 싶어도 쥬디가 부끄러워서 끝까지 자세한 사정은 말 안했거나
2. 아저씨 걱정끼치고 싶지 않아 제 속에만 담아뒀거나 1. 줄리아가 쥬디에게 삼촌이 폐렴 걸린 사실 자체를 안 알려줬다면
어쩔 뻔했어?! 그냥 그대로 개죽음 당하는 거잖아!
...바꿔 말하면
두 사람을 연결해 준 가장 큰 공신은 줄리아? 맨날 쥬디한테 껌처럼 씹히던 애인데 의외로 중요한 캐릭터였군...
과정이야 어쨌든, 마침 여자애쪽도 남자쪽을 마음에 두고 있어서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됬지만... 만약 그게 아니었음, 노총각이 차였다는 좌절감에 폐렴 걸려 죽는
비참한 스토리가 됐을지도 모르는
'키다리아저씨'
4년동안 정체를 숨기고 스토킹질 후원해준 괴짜 아저씨에
초장부터 후원자 보고 거미라고 불러댄 괴짜 아가씨라...
부창부수라고... 뭐 둘이서 결혼해서 잘 살겠죠. 아니 후속작에 의하면, 실제로도 잘 살았다고 합니다. (읽어본 적은 없지만...거기선 지미여동생 샐리가 주인공이라고)
↑ 조련의 비결 : 대들기, 튕기기
위에는 마치
아저씨의 일방적이고도 처량한 짝사랑인 것처럼 적었지만
사실 서로서로 짝사랑 한 거죠.
보면 쥬디 얘도 은근 새침부끄에요.
(특히 2분 외로움 드립은 정말 귀엽고 웃겼음)
좌우지간 쥬디도 귀여운 애에요.
기본적으로 말투가 막 야단법썩에다 호들갑떨고 오버하고 조잘조잘.
톡쏘는 맛도 있지만, 애교도 장난아님.
열받아서 편지를 보냈다가도 하루이틀 지나고 급 후회해서는
혹시라도 아저씨가 속상해 할까봐
'전에 보낸 편지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급사과하면서
'절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or '여전히 아저씨를 사랑해여' <-채찍과 당근?
천진난만하게 후원자님께 '아저씨 대머리에요?' 하고 물어보고
'없던 보조개 생겼어요'라고 자랑질,
정말로 뜬금없이 '저 이뻐요ㅋㅎㅎㅎ' 이러고
옷에 대한 얘기를 줄줄이 썼다가 뻘쭘해서 얼버무리고
뭔가 만들어먹은 얘기하면서 아저씨도 오면 꼭 나눠 드릴 거라고 하고
다짐글이나 자랑글 쓰고선 '엣헴'거리고,
어쩔땐 '경고했어요!' 이러고.
꼬꼬마가 막 편지에다 그러고 있으니
30대 아저씨 눈에 얼마나 귀여워보였겠어요..
전부다 재롱잔치지 뭐.
그중에서 특히 저비스씨랑 한창 사이 좋을때 신나서 보내는 편지들은
확실히 빠순이의 그것이 느껴지는데
저비스씨가 꼬꼬마 때 읽은 스티븐슨의 '보물섬'책을 발견한 이후로,
스티븐슨 전집을 지르질 않나
저비스씨가 사회주의라는 말에 뜬금없이 '저도 사회주의자가 될거에용!'
그러면서 집안에서 왕따인(...) 저비스씨 편들어주고
이런 귀여운 애가 자꾸 개뼉다구같은 딴 놈(=지미) 얘기를 자꾸 하니까
지켜보는 아저씨로선 ×줄이 탈 수밖에 없겠지.
원랜 나한테만 편지쓰고 내 얘기만 하던 앤데...이러면서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쥬디 얘도 어느정도 어장관리를 한 거 같긴 함. 확신없이 그냥 '아는오빠' '아는삼촌(?)'하고 두 남자 다 만나다가 사건 터지고 나서야 한쪽으로 결단을 내린걸 지도
저비스씨를 차버린 직후
일단 겉으로는 키다리 아저씨에겐 아무 말 안하고 시치미를 떼지만
편지에다 외롭다는 둥 사일로 구멍에 몸을 던진다는 둥 이런 소릴 하다가
저비스씨가 멀리서 아프다는 말에 확 무너져가지고
주절주절 횡설수설 고백을 하는데
...그 와중에도 자기보다 14살이나 연상인 커다란 남자를
'혼자서 비옷도 못 챙겨입는 애기'취급하는게ㅋㅋㅋㅋ
귀엽습니다ㅋㅋㅋ어유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지금까지 아저씨에게 집중해서 타박하듯이 글을 썼지만
사실 귀여운 커플이에요 이 둘은. 둘이 각자 짝사랑하며 삽질해대는게 아주 그냥...
근데, 자고로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결국 주도권싸움에 져서
여자애에게 이래저래 조련당한 아저씨쪽이
좀 더 불쌍하고 웃기고 그렇다는 거죠. (적어도 제가보기엔ㅎㅎ)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결혼 후에도 아저씨쪽이 잡혀살거라는 게 뻔히 보이고ㅋㅋㅋ
하도 맘고생해서(정말로 죽을 뻔 했으니까)
어지간한 일에도 그냥 오냐오냐 해줄거 같고
근데 또 의외로 결혼하고 나서도 여러차례 박터지게 싸울지도 모르지만,
정체 모를 후원자님도 이겼는데 남편이라고 못 휘어잡겠어요? ㅋㅋㅋㅋㅋ
아무튼 키다리아저씨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쓸데없이 긴 글을 주절주절 쓰고 있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