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 작품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설정빨도 있지만 (아니, 정확히는 이 작품때문에 그 설정이 좋아졌다고나 할까)
그 유명한 4대비극이라든가..그건 너무 유명해서 패스(?)하고픈 심리라고나 할까
전 희극쪽을 더 좋아합니다. 물론 간지나는 건 비극이지만
전 희극이 더 좋아요. 특유의 병신력넘치는 조연들의 대사가 좋음ㅋㅋㅋ
그 희극중에서 십이야는 어째 날림으로 만든듯한 느낌이 들긴 하는데
(아니라면 세익스피어니마 ㅈㅅ)
전 오히려 그래서 더 좋달까ㅋㅋㅋ
2.
십이야는
걸작 4대 비극중에 세 작품(오셀로,리어왕,맥베스)을
쓰기 직전에 쓴 작품인데
좋게 말하면 지금까지 써왔던 작품들(특히 희극들)을 집대성한 거고
좀 나쁘게 말하면, 그 동안 자기 작품에다 넣었던 이것저것을 낑겨넣어서
만들어진 잡탕작품이라는 평가도 있더군요ㅋㅋㅋ으잌ㅋㅋ
'뜻대로 하세요'에서 나왔던 남장여자 설정이 다시 나오고 제목은 까먹었는데 어디 딴 작품에서도 쌍둥이땜에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게 나왔다고 하고, (자세히는 모르겠음)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가 돈 꿔줬다가 죽을 뻔했던 것 처럼 십이야에서도 통크게 돈꿔줬다가 봉변당할 뻔 한 안토니오가 등장.... ...가만, 혹시 동일인물?...아니겠지 설마; 그리고 '헛소동'에서 커플 엮어줄려고 주변인물들이 속여서 작전짜듯이 십이야에서도 조연들이 막 작전짜고 <- 음 이건 좀 애매한가?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페트루치오가 완전 못말리는 개차반 인간군상을 보여줬다면 (이쪽은 연기) 십이야의 토비 경도 술쳐먹고 사고나 치는 천방지축 (이쪽은 레알ㄷㄷ) 뭐 그런식...
내용 뿐만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진 동기라든가, 제목부터가 그래요.
십이야란 제목이 붙은 유래에 대해선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아, 참고로 '십이야'는 크리스마스 후 12일 뒤 = '1월6일'
그리고 그때즈음... 연말~연초에 걸친 축제기간?
사람들이 먹고마시고 방방 들떠있는 시기? 그런 걸 말한다고 하는데 (그때 쯤이면 우리도 사람들 만나느라 정신없죠. 망년회다 뭐다 이것저것 먹고 살찌고)
1) 십이야(1월6일)쯔음에 초연 예정된 작품이라서 그렇게 붙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오시노공작(!)'을 환영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여왕 궁전에서 초연됨) 2) 작품내용이 십이야 기간(?) 만큼 방방 들떠있고 막 그렇다 <-? (정신없고 빠른진행. 특히 거기등장하는 술주정뱅이 조연들이 가관임)
3) 내용 중간에 '십이야'가 들어간 노래가 나온다 (2번의 술주정뱅이들이 부른 노래)
4) 원래 모티브가 된 이야기 맨 서두에 '십이야'어쩌구라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거기서 대충 따왔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원래 '피라무스와 디스비'란 원작이 있고 십이야도 꼭 같은 이야기의 원작이 따로 있다고.
원래 세익스피어가 재창작의 달인이죠. 유명이야기를 소재삼아 메인으로 내세우면서
자기가 창작해낸 조연과 악역으로 얹고, 걔들로 주연들을 은근 디스시키며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시키는 식.
전 커플덕후라 그런 조연들보단 오로지 메인커플들 위주로 보긴 합니다만^^;)
1번이 가장 유력한 설이긴 한데...
그냥 전부 정답인거 같음.
어디까지나 제 추측(중요)이지만
이탈리아의 오시노 공작이 십이야(1월6일)에 온다니까
환영용 연극을 얼른얼른 만들라는 의뢰를 받은 세익스피어가,
일단 오시노공작을 핥아주려고(...) 주연급 이름을 똑같이 넣긴 했다만
소재고갈인지, 의뢰자체가 맘에 안들었는지 슬럼프라 스토리나 뭐가 잘 안 풀렸는지...
하여간, 얼기설기 막 만들면서 자기도 아주 그냥 빡쳐가지고
제목을 날림으로 뙇! 지어놓고 '아오 이제 희극은 지긋지긋해'
이러고는 그 후엔 비극만 판거 아닌가....싶기도?
->십이야 이후엔 희극은 희극인데 약간 끝이 뗄떼름한 작품을 세편정도, 그리고는 걸작비극 세편을 줄줄이 써버렸죠. 그뒤론 쭉 묵직한 작품을 썼구요
어쩌면 '이런 분위기의 희극은 이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작품 변화를 주기 전, 마음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일종의 희극 스페셜(?)로
진지하게 썼을수도 있겠지만 전 왠지 '날림이다' 쪽이 더 인간적인거 같고해서 여기다 한표. <-?
참, 십이야의 부제도
'혹은 좋으실대로' <- 이런 느낌인데
본편내용과 연결되는 부제일 수도 있지만
세익스피어: 일단 십이야라고 제목을 붙이긴 했는데
에이 나도 잘 모르겠따 좋을대로 불러!
이런 뜻일지도 모른다...고.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내 머리속의 세익스피어 이미지는 좀 막나가는 아저씨ㅋㅋ)
3.
'어린이문고'로 본 요약판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을 제외하면
이게 제가 맨 처음 접한
본격(어린이용이 아닌) 세익스피어 작품이었죠.
아니 정확히는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맨 첫번째고 십이야가 두번째였지만. ...왜냐면 말괄량이 길들이기 책 뒤에 딸려있던게 십이야였거든요 아 참,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참 좋아합니다^^
초딩때였던가요... 아니 유딩인가? 하여튼
아마 (소꿉)친구네 집에서 큰맘먹고 자고가는 날이었는데
친구랑 같이 만화책이랑 보고 종이인형 놀이하고 <-그립다ㅠㅠ
친구어머님 몰래 촛불을 켜놓고선
손가락에 연필심=흑연잔뜩 뭍이고 촛불을 잡으면
별로 안뜨겁다는 싱크빅한 놀이도 하고 <-위험해 이것들아
하여간 그렇게 노닥대다가 친구는 먼저 자버렸고,
남의집에서 잔다는 사실에 좀 들떠서 잠이 안왔던 저는
(라기보단 그시절의 전 '밤샌다'는 걸 굉장히 자랑스러워 하던? 허세부리던 습성? 같은게 있어서 수학여행같은데서 혼자 잠 안잔게 자랑. 밤새고도 버스에서도 꾸벅꾸벅 안 존게 자랑. ....지금은 체력이 딸려서 밤새면 정말 죽을거 같지만요)
혼자 걍 멍때리고 있다가,
방구석에 뒹굴고 있던 '말괄량이 길들이기'라는 책을 집어들었죠.
솔직히 말하자면... 그땐 그게 세익스피어 껀줄도 몰랐고
(한참뒤에서 알았음) '말괄량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니까
무슨'두근두근 말괄량이 대작전☆' 같은 느낌의
소녀문고...인줄 알았습니다ㅋㅋㅋ
근데 왠걸
이건 뭔...외우기도 힘든 요상한 외국인 이름들이 나와서
이름 : (지문) 대사
형식의...다들 말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하여간 좀 독특한 책이었는데..
하지만 뭔진 몰라도 (빙 돌리고 비꼬는 특유의 말빨때문에
이해 안가는 대사가 태반이었는데)
재밌었어요... 잘은 모르겠는데 재밌어.
뭔가 연애이야기 같긴 한데...아무튼 재밌었음.
그러나 그책은 내 책이 아니고 친구책이었는데다
난 또 소심쟁이에다 나중에 돌려줘야 한다는게 귀찮아서(...)
또 한 번 빌리지도 못하고,
제목도 정확히 기억 못해서 나중에 따로 사지도 못하고
그저 '추억속의 책'으로만 묻어둔 채로
뇌내망상으로 거의 내 입맛대로
스토리를 막 바꿔서=미화시켜서?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다가 (그 뇌내망상이 무의식에 깊이 박혀서 취향에 반영됐는지도 모르겠음)
나중에 중딩인지 고딩때 돼서...
딴건 몰라도 그 어렴풋한 표지 디자인과 책의 크기와 두께 (문화전집인가 무슨무슨 시리즈라고 조그만한 책에 좀 싼티나는 바탕체로 제목박고, 굉장히 애매한 표지 일러스트에 하여간 그런 부류의 책...아실분은 아실걸요?)
그리고 '말괄량이'라는 단어에 반응해서
거의 똑같은 책을 득했습니다.
펼쳐보니까 폰트라든가 말투라든가 똑같아
야 추억의 책을 드디어 다시 찾았구나 싱난다
그....뭐냐 여자애가 남장하고 막 헷갈려서...
주인님한테 반하고 그 내용 어디갔어?!
그내용 어디갔어 어?!
난 그게 더 좋았는데!!! 아오..그거 진짜... 제목도 모르겠고ㅠㅠ
아무리 봐도 표지는 그때 그책인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책이랑 좀 다를수도 있겠는데,
당시엔 정말 같은 책인 줄 알았음)
왜 그 남장한 얘기만 없는거야...
혹시나 해서 주변사람들에게
세익스피어 작품중에 그런내용 있냐? 라고 불어봤더니
아무도 모르고... 그래서
어... 혹시 그때 내가 비몽사몽 꿈꿨던거 아냐?
책을 봤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꿈?
그럼 혹시 그 내용은 내 오리지널 창작 스토리?
......
정말 진지하게 이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요
그래서 '꿈으로 버젓한 스토리 하나를 뽑아내다니 나 좀 천재?'
하고 조금 설레기도...
그런데 나중에 MBC였는지 KBS였는지 어딘지는 몰라도
그거랑 거의 비슷한 내용의 특선영화를 보고 (단 거기선 현대물이고, 쌍둥이라는 설정은 없던걸로 기억. 남주인공은 이혼남이고, 여주가 남주 전부인의 사주를받아서
-> 트집잡아 위자료를 뜯어낼 생각이었든가 메이드?로 위장전입하려다 실패해서 남장해서 들어갔더니 성공 뭐...결국 둘이 붙어지내다 잘됀다는 내용인데 남주인공 성우가 이규화님이었음 <-이런건 귀신같이 기억하네 ...그래서 트래버넌의 1996년작 영화는 아닐테고...
그 영화도 함 다시 보고 싶은데 이건 또 어떻게 찾아야하나)
여차저차 해서 드디어 '십이야'를 찾아서 다시 읽었고...
내용이 역시 그때봤던 그 내용이 맞더군요.
그런데.....
4.
...근데 연애부분은 내기억과 좀 다르다?
뭔가 좀 더 달달했던 걸로 기억했는데
공작과 여주인공간의 '연애'는 거의 안나오잖아악!!!! (온리 여주 짝사랑뿐. 게다가 공작은 기억보다 성격이 좀 ㅄ같아)
혹시 이것도 요약본인가?
하고 다른 것들도 막 구해서 읽었지만 다들 비슷비슷한 내용.
그래서 몇몇부분은 내 머릿속 망상이었구나... 라는 것도 알게되서(씁쓸) 약간 촘 실망했는데
아마 연극이니까,
시간이나 분량... 뭐 이런저런 이유로
얘기들 잔가지를 쳐낸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 이야기는 '남장여자+쌍둥이'의 헤프닝(과 조연들의 꼰대남 말볼리오 디스) 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지 연애는 뭐랄까... 로미오나 줄리엣 정도까진 필요없고 그냥 다른 희극만큼만
남주여주가 둘이서 투닥대든 꽁냥거리든 뭐 그런 장면이라도 있음 좋겠는데
비올라는 공작을 이미 짝사랑하고 있는데서부터 시작하고 공작놈(...)은 완전 막판가서 "그랬구나~ 니가 나를 좋아해서 그런말들을 했었구나 그랬구나~"
하고 차려진 밥상 날로먹는 모양새라서 괘씸!
야임마! 너땜에 그 동안 비올라가 얼마나 맘고생을 했는데!!
...뭐 그래도 순전 얼굴만보고 반해서 결혼했다라고밖에 생각이 안 되는 올리비아×세바스찬 커플보단 양반이긴 하지만
비올라(=세사리오)가 공작에게 반한 이유라든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세사리오에게 혹해서 스스로도 당황하는 공작의 삽질이라든가... →특히 이 부분을 기대(?)했는데 알고보니 다 나의 재창작급 망상이었고 본편엔 하나도 안나오고
암튼 그런게 마구마구 생략되어 있었다구요; 제길!
그래서 대본을 몇 번이고 뜯어보면서
어떻게든 공작이 비올라(가 여자인걸 알기 전에)에게
반한듯한 부분을 찾고 있는 중 <- 이대로라면 비올라만 불공평하니까!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밌는 건 사실이고...
(일단 설정만으로도 많이 먹어주니까. 허우대 멀쩡하고 전체적으로 훈훈한데 연애쪽에선 영 버벅대는 남자 곁에 남장한 여자애가 알짱대며 '동성친구'랍시고 비교적 동등한 위치에서
우정 비슷하게 교류하고 이해하고 정도 들고 ->막상 원작 십이야에선 그 부분이 그닥 안 나와있었지만orz 사심이 있는데도 겉으로는 대놓고 티를 못내고...
이걸 원작으로 해서 나온 영화 있잖아요 비교적 최근꺼 현대물로..'쉬즈 더 맨'이던가. 그거 진짜 재밌어요)
어렸을때는 완전 관심밖이었던 조연들...
완전 웃기고 좋습니다ㅋㅋㅋㅋ
특히 올리비아의 숙부 토비경ㅋㅋㅋㅋ
으잌ㅋㅋㅋ 이 아저씨 와장창한 성품이 내 취향ㅋㅋㅋㅋ
아...마리아하고 잘되는 거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왔음 좋았는데ㅠㅠ
하여간
왜 이렇게 커플 떡밥만 뿌리고
회수는 이따굽니까 세익스피어씨!!!
역시 당신은 이걸 날림으로 만든게 맞았어!! 정 뭐하면 그냥 내가내 입맛대로 머릿속에서
재창작해버릴까보다
확그냥
........
↑ 근데 바로 이런 부분때문에
이작품이 더 좋아진다고 할까?
...그게 원래 연극 대본의 특징이자 매력이겠지만,
거의 다 완성되어있어서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소설류와 다르게
이런 연극대본은 똑같은 내용과 대사를 놓고도 캐릭터나 연기로
재해석/재창조 가능하잖아요?
->가령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경우엔 마지막장면의 '대본만' 보면 '이건뭐 병신도 아니고'였지만 리즈테일러/리차드버튼의 영화에선 남편 기살려주려는 마누라의 모습으로 재해석되서 참 귀여웠음
이 십이야는 세익스피어 작품들중에
유독 그런 재창조 욕구가 무럭무럭 솟아난다고나 할까
솔직히 아주 예전부터 십이야 가지고
내 자캐를 등장시켜서 동인지 비슷하게 그려볼까- 뭐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어디까지나 생각'만'. 지금은 그리고 있는 게 있다보니;)
그 뭐냐... 그런거 있잖습니까 '만화로 보는 명작소설'?
학습만화와 약간 비슷한 포지션인데
다들 아는 명작내용을 약간 좀 자기식으로 그리는 거 있잖아요.
말로 설명하기 애매하네...
그거 말고도 애니도 있었잖아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같은 걸 원작이랑 살짝 내용을 바꿔서
재창작해서 TV시리즈로 늘리기 (가령 '오늘은 기분이좋아~♪'로 시작하는 신데렐라 애니는 왕자가 자기 신분 숨기고 신데렐라 만나는 내용이었죠 별명이 무려 '거짓말쟹이 샤를'이었음)
그런 느낌으로다가-
비올라가 공작님에게 반하게 된 계기같은 것도 넣어서
설득력 좀 늘리고,
원작의 공작이 이쁘고 똘똘한 비올라를 힘 안들이고 날로먹는
도둑놈(...)이었다면
나는, 세사리오에게 내심 반해가지고 '나, 난 변태가 아냐!'하고
우왕좌왕하는 멍충이로 만들어줘야지ㅋㅋ <-
근데 그런 거 그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어디다 허락받아야 하나? 아, 세익스피어 저작권 소멸됐으니까 괜찮은가? (중얼중얼)
....하여간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그만큼 십이야를 많이 좋아한다 이거죠ㅎㅎ
당분간 여기다가는 원작중심으로 포스팅을 할테지만
언젠가 기회가 오면 위에 말했던 것도 그려보고 싶고...
아무튼 더 자세한 캐릭터 소개라든가
줄거리같은 건 다음기회에:)
가티×룩스 버젼의
비올라(=세사리오)×오시노 공작.
원래 오랫동안 (그러니까 원작 십이야를 다시 읽기 전)
내 머릿속의 십이야 주인공은 이 두 사람 이었고, ->아무래도 공작이다보니 남자쪽이 좀 더 늙수그레 할 거 같아서
읽고나서도 여전히 이 두사람이었고...
솔직히 오늘 오전 까지만 해도
이 두 사람을 메인으로 포스팅 할 생각이었는데
암만 생각해도 캐릭터 성격이랑 이미지라든가 그런게
맨 위에 그린 그림속 캐스팅(?)이
더 맞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