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어벤져 개봉 때는 그닥... 관심 안 가서 (한참 뒤에야 케이블에서 봤는데 생각보다 꽤 재밌더라구요. 조그만 스티브가 커지는 스토리가. 근데 영웅 된 이후엔 좀 그냥...)
어벤져스에서는 70년 워프한 젊은 영감님답게 좀 꺼벙하고 귀여운 모습 보여줬지만 역시 캐릭터 자체가 뭔가 좀 심심. 이게 착한남자의 한계인가...
성실해서 귀엽긴 한데 어딘가 희멀건 한 느낌. 그래서 이번 후속작도 별로 안 떙겼어요. (미안 캡틴)
하지만 크리스 에반스가 설국열차 "두유노우 냄궁민수"때문에 많이 친근해진데다, 어벤져스 식구니깐... 이번에 봐 두면 나중에 어벤져스2 볼 때 더 재밌어지는 장면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
...순전 그 이유로 별 기대는 안하고 극장으로 보러 갔는데
젤 좋아하는 아이언맨 시리즈 못지않게 재미졌음. 보러 가길 잘했어!!
스토리만 놓고 보면 토르보다 흥미롭고 (토르는 아무래도 외계인 판타지물이다 보니... 좀 이질적이지)
쉴드랑 이래저래 연결돼서 어벤져스 때 생각도 폴폴 나고
전편 내용을 효과적으로 잘 끌어다 쓴데다 (그게 지나쳐서 전편은 그냥 이번 편을 위한 밑밥인가 싶을 정도;)
보안, 자유, 필요악 등등 제법 심오한 주제를 건드렸고
꽝꽝 때리고 부숴도 액션 자체가 호쾌해서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고 (사실 전 대사 없이 싸움, 폭발신만 나오면 좀 지루해하거든요)
캡틴은 어벤져스때의 '옛날 사람' 컨셉은 줄어들었어도 그래도 역시 귀엽고, 개그도 구석구석 있고
전체적으로 야무짐.
닉퓨리나 블랙위도우같은 다른 캐릭터들이 지원해줘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서도... (특히 국장님. 이거 보고 나서 왠지 친근해짐)
그 캐릭터와 캡틴의 캐미도 좋았구요.
근데 영화에 너무 많은 내용이 담겨서 막상 윈터 솔져는 부제 달기 용 핑곗거리 같은 느낌이 쫌... 그렇다고 완전 병풍도 아니고 캐릭터도 비쥬얼도 설정도 성격도(?) 흡족했고 그래서 두루두루 괜찮았음.
(※ 줄거리 얘기는 별로 안 할 거지만 스포 휙휙 튀어나올 테니까 아직 영화 못 본분들은 스포 조심.)
이번 영화의 전체적인 인상은
(특히 팔콘 멋있었다 안소니 마키 오오 왠지 차분하고 멋있음. 드물게 날 설레게 한 흑인남캐)
요로로콤.
마블에서 '캡틴도 다른 히어로들처럼 띄어보자!' 하고 힘을 팍팍 줘서 다른 어벤져스 식구들 얘기에서 괜찮았던 부분을 적절히 가져와 어울리게 잘 버무린 종합선물세트?
물론 위의 요소중에선 1부터 원래 갖고 있던 것도 많지만 그걸 좀 더 재밌게 보강됐고
라이벌남캐 <- 특히 이거
이것만 있으면 여성향 2차 창작과 짤방은 맡아둔거지
그렇다고 딴 데서 장점만 빌려왔다는 건 아니고요 캡틴만의 확실한 특징은
쉴드랑 친해.
다른 히어로들은 아이언맨: 귀찮은 놈들 / 헐크: 날 내버려둬요 / 토르: 소 닭보듯
요런 수준이라면 (블랙위도우나 호크아이는 쉴드 소속이었으니 그렇다치고)
이쪽은 주워온 캡틴을 기르는 쉴드 서로 격려를 주고받는 동료란 느낌....을 넘어서 아이돌
캡틴이 쉴드랑 유일하게 연락 닿는 히어로라고 하는데 그거 이상으로 캡틴이 쉴드사람들에게 존경과 이쁨(?)받는게 느껴짐.
영화 시작부터 쉴드 다른 대원들과 꽤 친근히 주거니 받거니. 방식에 대해 투닥대긴 해도 결국 국장님은 캡틴네 집으로 도피했고... 보아하니 거기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한 듯.
결정적으로 후반부에 이미 나쁜놈들에게 쉴드 상당수가 잠식당한 상태였는데도 캡틴이 연설 쫌 했다고 명령도 까고 약 절반으로 편이 나뉠정도면 역시 아이돌 맞아. 오오 쉴드의 아이돌...
하긴 쉴드라는 게 캡틴의 방패에서 따온거고 캡틴 주변인들이 창단멤버고 여러모로 듬뿍 기여했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캡틴도 냉동인간 되면서 연고자가 거의 다 사라진 만큼 쉴드는 어쨌든 지금 이 시대에 내가 있을만한 장소고 가족 같은 친구들이겠죠. 원래 군인 출신인 만큼 다른 히어로들보다 요원들과 일하는 게 더 익숙할테고 전우애도 잘 생길테고 쉴드는히어로라는 이름의 이상한 놈들에게더 익숙하니 일반인들보다 캡틴을 좀 더이해도 배려도 잘 해 줄 테고...
근데 그 쉴드가 해체됐엉ㅠㅠ
어쨌든, 그렇게 쉴드랑 친해졌기(?) 때문에
윗분들 명령도 수시로 씹어먹는 닉 퓨리 국장에게 설교도 함. 게다가 그 설교가 제대로 먹혀. (하긴 캡틴이 워낙에 옳은말만 하니까...)
국장님은 어째 다른 히어로들에겐 주로 시키고 혼내고(?) 갈구고 그런 느낌인데, 여기선 캡틴에게 무려 갈굼당한다! 오올
설교&연설쟁이 속성은 정의로운 성격에 꼭 따라오는 옵션이죠ㅎㅎㅎ
중국집 시키면 따라오는 단무지나 치킨에 딸려오는 무처럼 개성파들 사이에서 이렇게 잡아주는 사람도 필요한 법. 어벤져스1에서는 그 재능(?)이 꽃피다가 말았지만 (캡틴의 정서가 여러모로 불안정했음. 현실적응 덜 됐는데, 군기는 잡아야 할 거 같고)
2에서 보다 확실히 휘어잡기 위해 잔소리통솔력을 쉴드를 통해 좀 더 연마하는(?) 느낌. 짬도 늘리겠고.
사실 죽을뻔한 걸 살려준 은인 이라고 2에서 얘기할지 안 할지가 궁금
전편을 못 본 관객들을 위한 배려도 잘 되어있었구요. '캡틴 아메리카 전시회'이라는 아주 편리하고도 효과적이면서도 그럴싸하고도 재밌는 장치로 과거=전편 얘기를 잘 설명해주고 회상신도 적절히 넣어주고 (훈련받던 조그만 스티브)
전편을 본 사람은 반갑고, 못 본사람에겐 친절.
퍼스트 어벤져가 전세계 흥행이 그저 그랬다는 말이 있던데 그래서 더 신경 써 준건가... 전편 못 본 사람들이 많을테니까...
또 어벤져스때는 삭제된 영상중에 캡틴 관련영상이 특히 많았다던데 당시 인지도와 흥행땜에 밀렸나? 캡틴 지못미 그게 미안해서 영화를 더 잘 만들려고 애쓴 걸지도?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면서 다른 히어로들에게 능력도 화려함도 (미국제외)인지도도 흥행도 밀리고 토니에게 영감님이라고 까이고 있던 친구들은 다 죽고
어딘가 짠하고 손해보는 느낌의 캡틴을 제작자들이 팍팍 밀어주고 캡틴도 신나서 씩씩하게 활약하듯한 모습이 어딘가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힘내라 캡틴! 아니, 힘냈구나 캡틴!!
1. 캡틴은 많이 노력했어
현대문물에 적응했다!! 어르신들이 그토록 어려워하는 스마트폰에다 인터넷까지
어벤져스1에서 회로기판을 보고 어버버 거리던 걸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발전!
...이긴 한데
그걸 왜 처음 말건 흑형에게(그리고 관객들에게) 자랑하는거냐고귀엽게ㅋㅋㅋㅋㅋ
게다가 그렇게 자랑하고나서 샘에게 노래를 하나 추천받는데 그건 또 수첩 꺼내서 손글씨로 적음. 스마트폰 메모기능은 왜 안쓰시나요 영감님
자랑한 거 치고는 아직도 완전히 익숙해 진건 아닌가보다. (그냥 자기 취향일 수도 있지만)
인터넷을 쓴다는 말에 당장 떠오르는 건 그 큰 덩치로 독수리타법 떠듬떠듬 쓰는 캡틴.
물론 캡틴은 슈퍼솔져님이기 때문에 좀만 익숙해지면 독수리 타법으로도 한 600~700타는 거뜬히 나오겠지만 아니더. 성실한 성격이니까 분명 타자연습 열심히 했을거야! 하루에 30분~1시간씩 정해서 맨날맨날 했겠지.
막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놀라 자빠지면서도 열심히 배워나갔을 캡틴이 상상되는데 귀여워서 흐뭇.
어벤져스에선 혼자 시무룩해 있던거랑 다르게 그동안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는지 여러모로 먼저 노력하더라구요.
남들에게 이것저것 추천받아서 밀린 세월을 따라잡으려 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적극 더 즐기려고 하고
근데 영화속에서 캡틴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았음. 물론 영화 밖으로는 이웃집 아가씨로 꾸준히 얼굴도장을 찍었겠지만 (블랙 위도우가 말한 걸 보면 캡틴이 몇 번 딴사람들에게도 얘길 햇었나봄)
근데 정체가 밝혀지고 그뒤론 쉴드 건물안에서 캡틴과 한 번인가 마주쳤나? 캡틴은 요원이란 사실에 은근 삐진눈치
계속 본부에만 있다가 (본격 요원일 하면 왠지 눈매가 매서움) 캡틴이 블랙 위도우랑 노는 동안 중간에 캡틴 편 좀 들어주고 마지막에 살짝 지나가듯이 나오고 그게 다.
비중은 고정도지만 하도 이 아가씨가 인상깊어서 검색해 봤더니... 역시나.
원작에서 캡틴 상대역이래요 게다가 전편 여친 페기의 조카 (!)
(근데 성깔 장난 아니라고 함. 영화에서도 살짝 그런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어쨌든 다음편엔 꼭 썸타기를.
그리고 전편 여친... 페기도 나오긴 나왔는데...
ㅠㅠㅠㅠㅠㅠ
슬펐어요...
상황도 대사도...ㅠㅠ 감동도 있었지만 슬펐어ㅠㅠㅜㅜ 무너지는 페기랑, 그걸 다독여주는 캡틴도ㅠㅠㅠㅠ
3. 생각보다는 착하게 돌아온 친구
사실 전편에서 노골적으로 '죽은 줄 알았겠지만 다시 살아서 나타날겁니다'식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전편 본 사람들은 '아 쟤 또 나오겠다'라고 다들 생각했을 듯. 악역으로 등장할 것도. 1편 못 본 사람들도 전시회 보고 금방 눈치 깐 모양.
그걸 마블측도 알았는지 제작진 인터뷰에서도 말해버리고 '숨겨놨다가 놀라운 반전으로 써먹어야지' 라고 노력하진 않았음. 생각보다 마스크를 빨리 벗었어요.
근데 의외라면 의외랄까...
어째 정신개조가 덜됐어
기억을 지우긴 했는데 덜 지워졌어. 청순하게
예고편 포스만 봐서는 캡틴이 알아봐도 '니 놈이 그 동안 영웅놀이 하는 동안 난 쳐박혀서 개고생했다' 내지는 '왜 나 구하러 안왔냐' 라고 이빨을 뿌득뿌득 갈거나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완전 살인귀로봇같은 멘탈로 무뚝뚝+거침없이 캡틴 공격할 줄 알았는데 (그러다가 막판가서야 쫌 흔들리겠지)
그런데 너무 빨리 흔들렸어 너
끼리끼리 논다고 일할 땐 똑부러지지만 사석에선 약간 어벙한 친구랑 똑같이 얘도 싸울때는 엄청 쎄고 간지폭발인데 자기 좀 알아봤다고 놀라고 당황함. 뭐 이렇게 쉽게?! 게다가 그걸 또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주인님(?)에게 눈치없이 얘기해서 고문이나 더 당하고 불쌍ㅠㅠㅠㅠ
그렇게 혼났기(?) 때문에 클라이막스에선 계속 아는척 하는 캡틴에게 '너는 내 임무일 뿐이야' 하고 바락바락 대들었지만 왜 '하지마~' 하고 찡찡대는 거 같지...
어쨌든 쟤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1. 불쌍해 그리고 귀여워 2. 여성팬들에게 먹히겠다 (여러가지 의미로)
게다가 마지막도 물에 빠진 친구 건져주고, 전시회에서 자기존재 확인하고 (근데 그 두번째 쿠키영상을 이번에도 못봤어! 토르2때도 그러더니ㅠㅠ) 여러모로 긍정적? 이었기 때문에
토르의 로키랑은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흥할 거 같은 캐릭터. 캡틴에게는 정말로 귀중한 '아는 사람'이기도 하구요. 속편에도 나오겠지 당연히
원작만화 버키는 어쩐지 또 찾아봤더니 이 친구 엄청 복잡한 캐릭터더만요.
간추리자면
1. 원래는 배트맨과 로빈의 '로빈'같은 꼬꼬마였음 2. 죽었는 줄 알았는데 적에게 개조당함 3. 윈터 솔져로 한동안 나쁜짓 함. 그러다 정신차림 (영화는 2,3번을 특히 참고한 듯)
4. 캡틴(스티브)이 영 좋지 못한 상황에 있었을때 얘가 캡틴 대타 했음 = 캡틴 됐었음
5. 블랙위도우랑 사귀었던 캡틴이 얘임
..........
워메.
음.......
원작만화와 영화는 별개라고 쳐도
어쨌든 영화에서 앞으로가 매우 기대되는 친구네요! 대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선역 내지는 도망다니는 착한 악역 느낌이겠지)
4. 그밖에의 그밖에
국장이 깡패네
그동안 다른시리즈에서 '목적은 좋은데 수단이 쫌 거시기한' 냄새만 풍겼다면 여기에선 실컷 보여주는 그러다 캡틴에게 혼나는 닉퓨리 국장님.
특히 자동차 도주씬... 정말 엄청나게 튼튼한 자동차도 그렇지만 자기가 다급해도 그렇지 그렇게 막... 헤집고 다녀도 되는 겁니까 국장님; 습격해 오는 적들 못지않게 흉악해 보였음
덤으로 아이언맨 부럽지 않은 (개그치는) 자동차 인공지능.
그리고 당신 죽었을때, 분명 그렇게 다시 등장할 줄 알았다고. 먼저 콜슨요원으로 훼이크 쳤던 인간인데 뭐.
의외로 캡틴하고는 투닥대면서도 친한 사이고
이러쿵 저러쿵 해도 역시 간지는 난다는게... 그리고 위기시 신속 땅굴파기는 쉴드 간부급들의 특기인 듯 (부국장도 써먹었다)
일단은 백수(아마도)가 되서 다른 자기 할 일하러 가버렸는데 설마 다시 돌아오시겠죠.
이번 영화로 여러모로 친근해진 캐릭터였음.
그리고 쉴드와 캡틴과의 관계랑, 캡틴이 상징하는 거 (토르는 타고났고/ 아이언맨은 자기 힘으로 됐고/ 헐크는 본의 아니게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시대가 원하고 자신이 원했고 그러나 남의 손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되짚어보고 이것저것 적으려다가 너무 길어져서 그래서 내가 지쳐서 관두고
어쨌든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줬다는 거에도 높은 점수를! (짝짝짝)
그동안은 '어차피 싱나는 히어로 오락물이니까'하고 스토리랑 주제의 깊이 쪽으로는 설렁설렁 넘어가곤 했는데 특히 토르 시리즈. 빠심 콩깍지랄까 이번 영화는 이런 쪽으로도 썩 괜찮네요. 다만 스토리 쪽 기대치가 올라가서 요거랑 후편을 자꾸 비교하게 될 지도?
어밴져스2를 한국에서 찍어서 이것저것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걸 영화관에서 볼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