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이트데이고 화이트데이 관련 낙서라도 그려야 할 거 같긴 한데 도저히 뭘 그려야 좋을지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저번 설날(구정)에도, 발렌타인데이에도 그랬음. 진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남. 하나도.
완전히 방전된 폰배터리처럼 하여간 뭔가 연료가 떨어져서 전원 버튼을 여러 번 눌러봐도 안 켜져.
게다가 저번 달에는 아무것도 안 올렸음. 암만 못해도 한 달에 최소 하나는 올리려고 했는데.
...이대로 그냥 있다간 블로그를 영영 버려둘 거 같은 위기감이 들어서 그 분위기 좀 깨보려고
찍어둔 사진과 밀린 근황이라도 올려보려고요. 이놈의 근황글도 안 써보릇하니까 아주 습관이 돼서... 이번이 거의 1년만에 올리는 글이더라고?
작년 늦가을 부터 어제까지의 근황. 그렇게 뭘 많이 한 건 아니에요. 돈 버는 동안 짬짬히 한 일들이라서.
일단
화이트데이니까(?) 화이트 생크림 들어간 케이크사진 한 장 놓고.
직접 만들었어요. 유치원때부터 로망이었던 딸기케이크 만들기를 드디어 내가 해냈음! 와아! 생크림에 설탕을 별로 안 넣어서 맛이 심심하긴 했지만 식물성 크림 아니고 동물성 크림이라서 우유맛 나고 좋았음.
0.
그동안 있던 일을 최대한 요약해서 말하자면
추석 -> 막내 결혼 -> 아버지 은퇴 -> 은퇴기념일본여행 -> 설날 -> 또 여행
이랬어요.
명절 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결혼과 은퇴라는 대형이벤트가 연속으로 걸쳐져서... 아버지가 은퇴 전에 결혼식이 보고 싶다 하셔서 동생이 결혼을 부랴부랴 서둘러서 한 건데 (은퇴 전이랑 후의 축의금 액수가 확 다르다나) 결혼이라는게 하여간... 여러가지로 복잡하니까 가족들 모두 예민하고 스트레스 잔뜩 쌓여서... 게다가 엄마는 갱년기 우울증까지 겹쳤고 (갱년기가 호르몬 때문에 기분이 극단적으로 변하고 그런 건데 하필 엄마가 전에 수술 받았던 부신이 호르몬 조절하는 기관. 그래서인가 유독 전해 듣는 것보다 심했던 거 같기도)
그땐 정말이지 진짜... 아...;
너무 바쁘고 정신없고 힘들었거든요. 사실 심리적 압박감은 추석 이전부터 계속 됐고.
막내한테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었고 아버지가 은퇴하시니 경제적으로도 달라질텐데 그런 거 생각하면 그냥 깜깜해지고 결혼 준비 돕는 거랑 별개로 개인적으로도 막 초조해서ㅡ
작년에 유독 근황 글을 안 썼던 것도 그래서였어요. 분명 끕끕한 소리를 잔뜩 써 놓을 거 같았거든요. 그런다고 뭐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최대한 만화랑 만화 썰만 올리려고 했죠.
...그래도 천만 다행인게 모든 이벤트가 무사히 잘 지나갔다는 거.
올케가 정말정말 괜찮은 애라서 (예쁘고 서글서글하고 착하고 밝은데다 예전에 그림, 만화에 관심이 있어서 나랑 그쪽으로 말이 좀 통했음. ...그런 건 꿈에도 기대 안 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만날 때마다 같이 수다떨고 좋음)
가족들도 친척들도 다 좋아하고. 나도 좋고.
결혼도 아주 성황리에 사고 없이 잘 끝났고 아버지도 기분 좋게 무사히 은퇴하셨고 일본여행도 패키지가 아니다보니 걱정했는데 오히려 패키지가 아니라서 엄청 좋았고 (트러블도 있긴 했지만 여태까지 갔던 가족 여행중에 가장 나았음)
명절도 그럭저럭 무난하게 지나갔고 아주 오랜만에 작은 할머니, 작은 할아버지도 뵙고 (그런데 작은 할머니께서 뵌 지 한 달 만에 돌아가셔서 마음이 먹먹했음. 원래 아프시다고 듣기는 했는데... 더 자주 뵈었으면 좋았을 걸)
일본여행 이후로도 1박2일 국내여행이나 당일치기 여행도 많이 갔다오고. 굴도 먹으러 가고 대게도 먹으러 가고... 전 같았으면 여행지에서 가족끼리 싸우고 그랬을텐데 이번에는 별로 그러지도 않았고
아버지는 은퇴 후 열심히 취미생활 하러 다니시고 엄마도 산책으로 스트레스 + 당 조절. 집안 분위기가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고
나도 여름부터 고정적인 수익이 들어오는 일을 잡게 돼서 심정적으로 한 시름 놓을 수 있었고. 규칙적으로 스케쥴이 잡히고 그만큼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돼서 나 자신도 가족도 예전보다 잘 챙기게 됐고
한때는 밥을 마지못해서 먹었는데 식욕도 돌아와서 요새는 사 먹기도 하고 만들어 먹기도 하고 살이 붙어서 오랜만에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
드디어 컴퓨터 의자도 바꾸고 스팀 다리미도 샀고 책도 사고 옷도 사고 어쩌다보니 제빵용품도 야금야금 사서 커피와 케이크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고 못봤던 방송들 몰아서 보고
하여간 2017년 이후로 야무지게 잘 지내고 있긴 한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작년 겨울에 너무 많은 걸 했는데 그 피로가 아직도 안 풀렸음.
게다가 규칙적으로 일을 하게 되니까 규칙적으로 쉴 수도 있게 됐는데 그 규칙적인 휴식시간을 쪼개서 빈둥대는 진짜 휴식 말고 다른 뭔가를 하게 됨. 다음을 위한 준비라든가 미뤄뒀던 일이라든가. 우와 기특해라... 덕분에 생활이 전보다 효율적으로 원활하게 굴러가긴 하는데 힘이 남지 않고 생겨나는 족족 다 빠져나가는 느낌.
다시 채워넣으려고 힐링해 보려고 이런저런 것들을 해보는데 이상하게도 그림과 만화에는 손이 안 가더라고요. 뭔가를 멍하니 구경하거나 몸을 움직이는 건 괜찮은데 내 머릿속에서 새롭게 끄집어내는 건 하기 싫음.
오랫동안 그림 안 그리는 것에 대해서도
예전 같으면 초조함이나 자책감을 느꼈을텐데 지금은 그냥... 편하고.
......
전혀 새로운 유형의 슬럼프인가?
어쨌든 일단 지금은 기다려 보려고요. 그러다보면 낙서용 뻘생각 같은 게 점점 채워지면서 다시 그리고 싶어지겠죠.
1. 그림이 아닌 힐링용 취미 (1) 반려식물.
(500원 동전과 크기비교) 손톱보다 작았던 바질 싹 두개를
미친 과학자의 실험실 led 식물등(빛)과 찜질팩(온도), 미니 선풍기(통풍) 적당한 습기로 키워주면
이렇게 자랍니당
...물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바질은 빨리빨리 크는 편.
엄마가 화분 키우는 거 보고 '저런 걸 왜 키우지'라고 생각했던 내가 려식물을 키우게 됐습니다. 곱게 잘 키워서 뜯어 먹으려고. 엄마는 먹을 수 없는 것만 키운단 말이지
실제로도 한소쿠리쯤 뜯어먹었고요. 본전 뽑았음. 원래 바질은 가을되면 꽃피고 씨맺고 겨울에 죽는데 꽃순 꺾어내가며 다년초로 키워보려고 도전. 무사히 겨울을 났고 이제 창문 활짝 열어도 되는 봄만 오면 되네요. 통풍 좀 실컷 시키자.
바질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키우기 시작해서 지금은 화분이 8개(물꽂이까지 포함하면 9개).
화분을 키우게 된 진짜 동기는 식물용 led등. (윗 사진 중에 정육점 보라색 전구) 정확히는 작년 여름에 갑자기 동생이 던지고 간 블루베리 나무가 시작. 블루베리는 햇빛 많이 봐야 한다는 말에 우리집 베란다는 햇빛이 적어서 못 자랄까봐 식물용 led를 샀는데 베란다 청소+정리하니까 생각보다 베란다가 밝더라고요(...) led 없어도 블루베리 잘 자람.
그래서 졸지에 잉여가 된 식물등을 햇빛 절대 안 드는 식물들의 무덤 내 방에 설치해서 허브 같은 걸 키워 보려고 한 건데 (엄마도 한때 허브 키웠었는데 지금은 다육으로 갈아타심)
식물 성장용 파장 어쩌구 해도 역시 한계가 있는지 햇빛을 완전히 대신하지 못하더라고요. led로만 키우니까 비실비실. ...솔직히 낮에 불 켜자니 전기가 아깝기도 하고. 그래서 낮에는 화분들을 햇빛 잘 드는 곳에 두고 밤에만 내 방에 들임.
그래도 겨울에는 해가 짧아서 일조량이 부족한데 밤에 led가 그걸 보충해줘서 겨울에도 새 순이 그럭저럭 잘 자라더라고요.
어쨌든 바질 얘기로 다시 돌아가서...
깨알 만한 씨앗에서 튀어나온 애기 새싹. (위에 오백원 사진 보면 알겠지만 실제론 정말 작음)
그게 요렇게 자라서 (개인적으로 이때가 가장 예뻤음 잎도 포실포실 하고)
위로 쑥쑥 자라서...
(4월에 심었으면 더 크게 자랐을 텐데 여름에 심어가지고... 금방 가을아 와 버려서 애매해서 자람).
결국 뜯어먹힘. (가운데 밝은 갈색 화분들. 씨앗부터 직접 키운 자식같은 자식들)
양 쪽에 다른 바질이랑 애플 민트는 물꽂이로 뿌리 내린 후 심은 건데 물꽂이도 나름 재밌더라고요.
왼쪽 바질 놈들은 엄마의 강요 + 물꽂이 경험을 위해 떠맡다시피 키우게 된 놈들인데 그래도 정 들어서 올해 봄 오면 분갈이 시켜주려고요.
오른쪽 애플민트는 엄마가 길 가다 잡초처럼 엄청나게 자라던 걸 몇 줄기 쌔벼온(?!) 걸 두 줄기 또 쌔벼와서 물꽂이 해놓은 거. 보자마자 모히또가 생각나서...
민트가 허브중에 생명력 최강이라는데 진짜 엄청나게 잘 자람.
진짜 쓸데없이 잘 자람. 너무 길게 자라서 잘라줬더니 두 세갈래로 풍성해짐. 화분에 심을 때 위치 선정 잘못 했는데도(둘 다 한쪽으로 몰림) 잘 자람. 진딧물이 붙어있어도 잘 자람. 이상하게 바질에는 없는데 민트 한테만 진딧물이 생기더라고요. 원래 물꽂이하면 벌레 없다는데 왜 저러지? 야생 출신이라서 그런가. 어쨌든 먹을 거라서 농약은 못 뿌리겠고 아직까지도 가끔씩 포스트잇으로 한 마리씩 잡아줌.
기왕 이렇게된 거... 하고 한 개 더 늘림. 라벤다와 로즈마리 중에서 로즈마리가 고기 요리에도 들어가고 사용 범위가 넒은 거 같아서 그걸로 정함. 근데 저 하얀 화분이 생각보다 내부가 좁아서 포트에 담긴 그대로 심으면 흙이 위로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로즈마리 밑뿌리를 좀 쳐줬는데 몸살 심하게 하데요; 로즈마리가 허브들 중에서 분갈이 몸살 심하기로 유명한데 하필 그 놈만 뿌리에 손댔음...; 그리고, 분갈이 한 후 일주일은 절대 물주지 마라, 몸살 중에 물주면 뿌리 썪는다, 로즈마리는 과습에 약하다... 이런 정보 주워듣고 잎이 칙칙 늘어져도 물 안주고 그냥 뒀더니 나중에 말라쥬금ㅠㅜ
결국 뉴 로즈마리 데려옴. 저번보다는 확실히 상태가 괜찮긴 한데 계속 허옇게 가루가 생기네; 흰 가루병 초기 증상인지, 그냥 겨울이라 일교차 심해서 생기는 건지 그냥 우리 집에 먼지가 많은 건지; 봄까지 지켜보다가 마요네즈 물 만들어서 뿌리든가 해야겠다.
혹시 이번 녀석도 죽을까봐 겁나서 한 줄기를 잘라서 보험삼아 물꽂이 해뒀는데 (맨 오른쪽 유리병) 얘는 무난하게 잘 자랍니다. 바질, 민트보다 뿌리가 엄청 천천히 생기지만.
문제는, 본체 로즈마리가 안 죽고 계속 살면 저 녀석은 이용가치가 없어지는데 어떡하지? 여기서 더 화분을 늘리고 싶지 않은데... 봄 되면 애플민트도 하나씩 나눠 심어야 한다고! 지금도 많아서 곤란한데!
아, 그리고 스테비아도 샀어요. 잎을 잘근잘근 씹으면 단맛이 납니다. 오옹. 문제는 설탕처럼 단 맛만 나는 게 아니고 풀맛도 같이 난다는 거. 무슨... 설탕에 버무린 잔디 같은 맛. 그래서 스테비아가 들어간 레시피가 별로 없는건가... 잎을 말려서 덖으면 좀 덜 할지도?
아무튼 최종목표(?)가 바질 2 이상, 민트 2, 로즈마리1, 스테비아1 인데 목표 달성했으니 이젠 진짜로 화분 더 안 늘릴 거야!
그리고
바질은 요리에 넣어먹고 민트는 디저트에 넣거나 모히또 해먹고 로즈마리는 잎 모아서 말리고 스테비아는 설탕 대신 써야지!
그리고...
나머지는 다 먹을 수 있는 허브인데 먹을 수 없는 깍두기 한 녀석.
수경재배 초보자들의 친구 스킨답서스. 어두운 곳에서도 잘 크고 신경 쓸 거 별로 없이 물만 주면 잘 자람.
화분을 5개 넘게 돌보고 있는데 낮 되면 맨날 내 방 말고 다른 방에 보내야 하니까 뭔가 허무하더라고요.
그래서 식물들의 무덤이던 내 방이라도 안 죽을거 같은 만만한 녀석을 하나 섭외했습니다. 먹을 수 없는 놈이긴 하지만(쳇)
집에 있던 거 적당히 잘라서 유리 단지에 꽂아놓고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물 갈아줬더니 과연 듣던대로 빠르게 성장.
이렇게
이렇게
뿌리만. 잎은 별 차이 없음 (...)
그래도 죽지 않는게 어디냐?
그리고 항상 내방에 있다 보니까 가장 반려식물 느낌 드는 건 이 녀석임. 언젠가는 덩쿨 식물 답게 치렁치렁 내려가겠죠.
어쨌든 식물 키우니까 좋더라고요. 햇빛 좋을 때 창가에서 멍때리며 녹색 이파리를 보고 있으면 참 좋아요. 물 주면 화분 안에서 흙을 타고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것도 마음이 참 편안해짐.
2. 힐링용 취미 (2) 디저트 만들기
드립 커피에서 몇 단계 더 발전(?)함.
중고딩 때 어느 만화에서 핸드밀 보고 커피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쪽은 유딩 때부터 로망이었죠. 이쪽이 더 빨랐음. 집에 요리책이 있었는데 (아직도 있음. 치즈는 '치이즈' 핫도그는 '호트도그'라고 써있는 나보다 5년이나 먼저 태어난 책.) 거기 있는 딸기 쇼트 케이크 보고 엄청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요. 먹어보고 싶은 게 아니라 만들어 보고 싶었음. 요술쟁이(?) 처럼. 왠지 베이킹은 마법 같더라고.
당시엔 오븐이란 것도 없었고 슈퍼에서 재료도 안 팔았고... ...유딩 때까지 갈 것도 없지.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핸드 믹서가 없었어요. 그래서 손반죽 빵이면 모를까 케이크 같은 건 엄두가 안 났는데
최근에 이것저것 사면서 제빵용품도 한 두개씩 사다보니까 핸드믹서는 물론 케익틀에 짤주머니까지 생겨서 시간과 의욕만 있으면 크림이나 머랭 들어가는 걸 만들 수 있게 됐음.
네. 만들 수'는' 있어요. 잘 만드는 지는... 애매함.
핸드믹서를 써서 처음으로 만든 거.
흙.
...이 아니라 티라미수.
(먼저 화분 사진들을 올려서 그런가 왠지 흙처럼 보이네)
생긴 건 저래도 맛있었어요. 마스카포네 치즈 말고 크림치즈와 휘핑크림으로 만든 건데 바닐라랑 코코아 파우더를 풍풍 넣어서 맛도 진하고 양 많아서 좋았음.
저때 애플민트가 있었으면 저 위에 살짝 장식을 했을텐데 흙위에 새싹처럼 이거 만들었을 때는 없었거든요. 다음에 만들때는 민트잎 꼽아서 만들어야지.
크리스마스쯤에 네이버 검색해서 만들어 본 딸기산타 브라우니 + 컵케이크
사실 저 컵케이크는 반칙임. 빵집에서 파는 거 사와서 크림만 얹은 거라서.
이건 진짜 마음에 들었었어요. 맛도 생긴 것도. 휘핑이 너무 과했나 크림 입자가 거칠었지만 보송보송한 눈 같아서 마음에 들었음.
생크림에 바닐라 설탕이랑 (레몬즙 대신) 레몬청 국물을 넣었는데 크림은 향기나서 산뜻하고 딸기도 상큼하고 브라우니는 진하게 달고... 올해 크리스마스 때 또 만들어야지.
이 컵케이크는 모양 망함. (맛은 안 망함) 내 딴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빵 윗면을 어정쩡하게 자른 데다 살 덜 찌겠겠다고(빵과 생크림 조합이라 이미 틀렸는데도) 원래 레시피보다 설탕을 덜 넣은데다 생크림 휘핑도 덜 해서
몇 분도 안 돼서 크림이 폭싹 가라앉음. 무슨... 이끼나 해조류를 표현한 것처럼 돼버렸음. 그래도 크림에 녹차가루가 들어가서 맛은 있었어요. 케이크의 느끼함을 적절히 잡아줌.
그리고
못난이 케이크.
사실 브라우니 만들 때 틀에다 버터 바르는 거 까먹어서 (게다가 반죽보다 틀이 너무 컸음. 쿠키틀을 겸하려고 저걸 샀는데 결국 나중에 그냥 브라우니 전용틀을 하나 더 삼)
다 늘러 붙어가지고 가장자리를 부숴가면서 떼냈죠. 저 부스러기들이랑 남는 크림 가지고 예전에 어디선가 쿠키로 케익 만들던 거 생각하며 크림 대충 처발라서 만들었는데
맛있었음.
앞에 두 개 보다 이게 더... (특히 녹차 크림) 하루인가 이틀 찬 곳에 뒀더니 크림은 차갑게 굳어서 아이스크림처럼 됐고 부스러기는 촉촉해져서 맛있었어요.
이걸 다시 만들려면... 브라우니를 또 망쳐야 하나? 근데 일부러 망치면 이때의 맛이 안 날거 같음. 왠지.
이쪽은 컵케이크. 틀에다 반죽 양을 너무 적게 부었음. 짤주머니로 반죽을 부었는데 중간에 짤주머니가 폭발해서(...) 정신이 없었거든요;
치즈크림 + 버터 + 설탕 크림. 안 그래도 치즈와 버터라 노르스름한 편인데 집에 황설탕 밖에 없어서 더 누르스름...
사실 이거 레드벨벳(!) 컵케이크랑 케이크 만드려고 한 건데요...
네. 색이 저렇죠. 저도 압니다. 뭔가 레드벨벳 케이크의 그 비주얼이 아니죠. 네.
식용색소를 아낀답시고 찔끔 넣었더니 저렇게 됐구만요. 이번에도 장식크림 무너짐. 이거 만들 때가 밤이라서 핸드 믹서 소리 시끄러워서 대충 휘핑해가지고. 그래도 맛은 있었습니다. ...만, 다음엔 색소를 좀 더 팍팍 넣자. 낮에 만들고.
크림치즈+요거트 크림을 처덕처덕 발라서 별로 티가 안 나는데 이번 건 당근케이크. 당근+호두+계피 팍팍+계란. 그리고 그나마 살 덜 찌라고 통밀가루를 넣음. 레시피 이름도 달지 않은 당근 케이크였고요.
...근데 달던데?
어쨌든 그냥 케이크보다는 낫겠지. 당근+계피 조합이 향긋해서 좋더라고요. 당뇨가 있는 엄마를 위해서 덜 단 케이크 연습.
그리고...
그저께 만든 거.
제누와즈. 미니 케익틀로 두 개 만듬. 한 덩어리 크기가 주먹이랑 비슷한데 약간 더 큼. 오븐에서 좀 일찍 꺼내서 윗면이 가라앉아 쭈글쭈글.
왜 미니틀로 만드냐면 제과점에서 1호 케이크를 사오면 자꾸 남거든요. 금방 질려서 + 살찔까봐 조금씩만 먹어서 + 엄마는 당 조심해야 해서 안 드심
그러니까 맛 만 볼 정도만 만들려고. ...인데 2개면 큰 거 하나랑 마찬가지 아닌가? 뭐 어쨌뜬, 케이크 하나보다 다른 케이크 두 개면 덜 질리겠지..
아직 자르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한 개는 무난하게 잘랐는데 다른 건 삐뚜룸하게 잘랐음(오른쪽)
삐뚜룸한건 귤 케이크. 틈새에 귤 잼과 크림만 바름. 건더기 넣었다간 중력 때문에 한쪽으로 미끌어질 거 같아서. 무난한 건 딸기 케이크로. 딸기 얇게 썰어서 중간에 깔아줌.
아, 이럴때 쓰려고 애플민트를 키웠지! 하고 낼름 가서 뜯어옴. 마침 너무 길게 자라서 잘라 줘야 했거든요.
그래서 잔뜩 잘라낸 민트를 어거지로 다 넣느라... 얹을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 사진으로 다시 보니까 잎사귀 몇 개만 포인트로 살짝 얹을 걸 그랬다. 아니, 아예 없는게 더 이뻤던 거 같기도 하고... 에잇 몰라! 늦었어!!
어쨌든 쪼개서 먹었습니다. 케이크가 작아서 쪼개기 힘들었음. 이건 한 사람에게 줄 때 4등분이 아니라 2등분 해서 줘야 할 듯.
그래도 감질나서 앙증맞아서 맛있었음.
푸딩이나 티라미수 같은 건 푹푹 퍼먹고 싶은데 케이크는 푸지게 먹는 것보다 작고 소중한 걸 알뜰살뜰하게 먹고 싶더라고요.
어쨌든 어릴 때부터 로망이었던 딸기 케이크를 드디어 만들어봤으니까 앞으로 한 몇 달 동안은 베이킹 안 해도 괜찮을 거 같음. 만들고 싶다고 계속 만들면 살쪄
참, 위에 올린 거 말고 홈런볼이랑 초코칩 쿠키랑 통밀 치아바타도 만들었는데요. 홈런볼은 비주얼 망해서 탈락, 쿠키랑 치아바타는 사진을 안 찍어놔서 생략.
하여간 요번기회에 오븐으로 많이 구워봤어요.
이렇게 뭔가 잔뜩 만들고나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단 걸 먹어서 기분 좋아졌다 그런 게 아니라 (물론 그런 것도 좀 있긴 하지만) 이것저것 계량하고 순서 맞춰서 조심해가며 섞고 그러다 짤주머니 폭발해서 짜증내고 온간 자질구레한 노동 끝에 설거지까지 싹 마친 후 놓여있는 결과물을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