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베테랑 전문 성우분들 놔두고
배우(나 연예인) 목소리 캐스팅 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차라리 그 섭외비용을 쪼개서다른곳에 돌리지
라는 의구심은 여기서도 어쩔 수 없었지만...
언젠가 전에도 했던 말 같지만, 그래도 또 합니다.
그만큼 엄청 불만이니까. 또 나 혼자만의 불만도 아니에요.
아주 예전부터 애니메이션 팬들한테서
줄창 나오던 소리였다고 이건.
개인적으로 연예인 배우 더빙에 만족해 본 건 월트디즈니 UP의 이순재선생님 밖에 없어서요. 솔직히
(후시녹음하던 시절 분이라서 그런가, 차원부터 달랐지..
국내 연예인 더빙 편견을 깨준 연기)
스크린 연기랑 목소리 연기는, 말이 같은 연기지 완전 달라서 암만 연기 잘 하시는 분을 캐스팅했다고 해도
열에 아홉정도는 목소리가 붕붕 겉돌게 되더라구요. 맹맹하고 무미건조.
그게 지나치게 되면 그리 쪽팔리는 장면이 아닌데도 오글오글
엄청 거슬리게 됨. - 듣는다고 그 목소리 주인이 바로 매치되는 것도 아니고
- 매치된다고 해도 관객이 그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는데 도움되는 것도 아니고.
(헐리웃처럼 작정하고 그 캐릭터에 딱 맞을 목소리톤으로 고르거나
반대로 그 캐릭터에 배우의 평소 이미지를 한껏 반영하는 것도 아니니... 그나마 아치와씨팍의 '현영'이나 <- 연기를 잘했다기보단 뭔가 캐릭터와 어울렸음 미친 존재감 김수미 선생님 <- 목소리 들으면 본인은 안 떠올릴 수가 없음 그리고 위에 말했던 이순재선생님은 캐릭터 성격과 목소리 말투가 딱맞았음)
- 결정적으로 배우분들 목소리는 어지간히 개성있고 튀는 분 아니면 (이순재 선생님도 꽤 개성있는 케이스)
그저 일반인 목소리로만 들려서 대사 전달도 잘 안되고 귀에 착착 감기지를 않음 갠적으로 마리이야기가 가장 끔찍했음. 연기한 배우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나마 캐릭터가 강한 개그맨들은 배우분들보다 좀 더 나은 편이지만. (빨간모자의 진실 시리즈의 경우 개인적으로
주인공 빨간모자의 심심한 목소리만 빼면 다 얼추 괜찮았던거 같음
스머프의 가가멜 역 박명수 목소리도 꽤 기대됨)
아무튼, 연예인 캐스팅하면
개봉 처음동안의 기사거리나
포스터 광고문구에 적을 건덕지는 될지 몰라도...
아 제발 쫌!! 그러지 말자!!
아니 전혀 그러지 말자는 건 아니고 (가끔 좋은 케이스도 나오니까)
그래도 그 연예인 캐스팅이... 흥행에 크게 플러스 될거라는
막연하고도 안이한 생각을 버려!!
왜 성우분 써도 충분할 걸 일부러 그래놔서
재밌게 볼 것도 더 어색돋게 만드냐고 내말은!!
애니쪽 주요 소비층은 (애들이나 오덕..아니 그쪽 장르에 관심가진 부류) 배우의 인지도나 명성에 무관심한 경우가 더 많고
아동용일 경우, 애엄마가
'우왕 ㅇㅇㅇ가 출현한대 이건 반드시 우리애에게 들려줘야지'
....누가 이러냐 누가?!!!!
그냥 내용이랑 분위기가 애들에게 바람직할 거 같고
화면 이쁘고 재밌을 거 같으면, 입소문 잘 타면 데려가는 거지
또 연예인 직업 자체도 목소리보단 얼굴을 더 많이 파는 직업 아님?
(외모가 잘났고 못났고 여부가 아니라,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 뭔가 보여주는 비중이 크니까)
스크린 연기 잘하니까 목소리 연기는 더 잘할테지 이게 절대 아니거든?
또 몸 값 꽤 비싸고 한가닥 한다는 배우님들(?)일 경우
애니메이션 감독이 자기 의도대로 디테일하게 연기지도하기도
좀 어려울 성 싶고 <-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
아이돌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관객 동원이 되긴 하겠지만
정극 연기도 벅차보이는 마당에
캐릭터 몰입이나 감정잡기 힘들어서 그냥 연기보다 더 까다로운 목소리연기를...? orz ('어차피 만화영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니까 괜찮아' 하고
만만하게 보고 있는거냐 혹시?!)
하여간 애니메이션 배우 더빙은 시너지효과는 커녕
여러모로 서로 갉아먹기만 한다고!!
오죽하면 해외작품의 경우 사람들이 일부러 자막판까지 따로 찾겠냐! 연예인 더빙이라서 일부러 안 보는 사람들도 있어!
목소리 분야에선 전문성우분들을 따라올 사람이 없음.
그러니 차라리 그분들께 얌전히 맡겨라! 제발!! 이건 갠적인 생각이지만 이 마당암탉도 전숙경님이 주인공 씨앗, 엄상현님이 초록이 맡았으면 이미지 딱이었을텐데 크흑ㅠㅠ
아니면 하다못해 녹음 들어가기 전 전문 성우분들에게 연기지도 내지는 요령이라도 배우게 하던가!!
그 분야에선 그 분들이 선배니까 배워야지!
캐스팅 전 오디션을 보는 것도, '그나마' 더 낫겠고.
진짜 배우캐스팅해서 더빙했다고 좋아라고 홍보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가서 그거 시킨사람 멱살잡고 싶어지더라.
뭘 잘했다고 자랑질이야?! 그건 불안요소부터 안고 가는 거거든?
그래도 이 마당암탉은 일단 스토리 자체가 볼만하니까
처음엔 참고 듣다가 차차 익숙해 질 여력은 주더라구요.
(...위에선 연예인 더빙에 대해 신랄하게 깠지만)
이 마당암탉만큼은 워낙에 연기파 배우분들이 모여서 그런가,
다들 신경을 좀 더 써서 열심히 녹음하셨는지 다른더빙 때보다
전체적으로 양호했어요.
그것만으로도 2점 드리고 싶음.
물론 ALL 전문성우분들 캐스팅이었다면
더욱 맘놓고 몰입해서 봤겠지만
1. 더빙
그 중 나그네 역의 최민식님의 경우
처음엔 전문 성우분인 줄 알았고 (맨 처음 등장땐 신성호님인가 싶었음)
...원래 대사가 적은 캐릭터긴 했는데 ^^;
그만큼 짧고 굵은 연기. 오오.
배우 더빙 중 괜찮았던 케이스에
원래 순재선생님 단 한 분 만 두고 있었는데
2위쯤에 놓을 만 할지도?
문소리님이나 유승호군의 경우 꼭 이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어도 상관 없는데 싶기는 했지만
마지막 눈물나는 연기 잘 해주셨고-
문소리님 목소리 톤 때문에
주인공 잎싹이 포스터 보고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조금 더 무기력하게 느껴졌지만
주변에 있을 법 한 엄마 느낌이 났어요.
또, '사춘기 남자 목소리'성우가 드문 우리나라 성우판에서
유승호군 특유의 목소리톤은 오히려 신선했을지도?
(하지만 그 "조.심.해" 는 오글거렸어...)
박철민님의 달수는, 처음엔 대사전달이 좀 안 됐는데
워낙에 캐릭터 자체가 정 잘 붙는 캐릭터다 보니
(어린이들이 얘만 나오면 웃겨죽음)
나중엔 그저 나와서 반가울 뿐이지 아무래도 상관없어짐.
특히 사투리...구수하게 잘 살려주시고 괜찮더라구요.
처음엔 '으윽 배우더빙 특유의 저 뻘뚱함;;' 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가
이야기 진행되고 캐릭터에 정붙으면서 적응된 케이스.
...어쩜 그 동안 국산애니 배우더빙이 오글하게 느껴졌던건
스토리 자체가 허술하거나 맹맹해서
이질감과 어색함을 덮어줄 만한 게 별로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전문 성우분들 얘기로 넘어가서...
아, 위에 벌써 했구나 (차라리 전숙경님과 엄상현님이...)
전문 성우분들 연기엔 불만 한톨 없습니다.
겹치기 캐스팅이나, 좀 과한 연기가 보이는 티비판이면 모를까
외화더빙이나 극장판일 경우엔 특히나.
왜 저런 꿀목소리들을 주연급에 안 쓰고
조연으로 물러나게 만들었나...라고 안타까울 따름
내가 이 분 나레이션은 종종 들어도
이런 애니에선 보기 힘든...아니 듣기 힘든 분인데
완전 포풍연기 하셨네ㅠㅠ
2. 영상
화사한 색감이나 영상미는 딱히 나무랄 데 없습니다.
이건 원래부터 하청짬밥 좀 쌓인 우리나라 애니가 갖추고 있었던 거구요.
막판에 오리들이 떼로 나올때 3D 동원했다는 냄새를 풍기긴 했지만... 뭐 그럭저럭 넘길 만.
또 그 덕에 정말 밑에서 철새떼 이동을 직접 올려다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고.
연출은 거슬리는 부분 없이 OK 자연과 계절표현은 굳.
액션씬은 기합을 듬뿍듬뿍 넣다보니 '여기서 한 30%만 줄여도 충분할 텐데'
약- 간- 오버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특히 청둥오리가 족제비하고 맞장뜰때...무슨 먼치킨오리 판타지 격투물)
좌우지간 박진감 넘치고.
클라이막스의 '경주'부분은 멋있었음. 우오옹.
캐릭터 디자인은 ...이건 약간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인데
조연들은 개성있었고 정감가는 디자인인데 (어쩐지 친숙한 달수의 인상)
막상 주인공인 잎새와 초록이 디자인은 라이온킹 출현 캐릭터들의 사촌뻘 같달까 좀 디즈니 냄새가 났다는 거.
특히 그 눈매는 암만봐도 서양애니의 그것이거든...
참 그리고
나그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머리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미용실에서 한거임?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 등장할때마다 왠지 사람들이 웃엌ㅋㅋㅋㅋㅋㅋ
ㅋㅋㅋ분명 진지한 장면 진지한 캐릭턴뎈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오리주제에 그 미칠듯한 간지는 뭐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근데 멋있고 잘생ㅇ겼음
3. 내용물
더빙에서 점수 많이 안 까먹고,
영상에서 다른 여느국산애니 만큼 점수 유지하다가
여기서 점수 플러스.
- 중간 이상은 가는 스토리텔링
- 정이 붙다보니 매력도 좀 느껴지는 캐릭터
- 그리 지루하지 않음. 적절한 긴장과 이완
- 길고 많은 얘길 넣었는데도 나름 수월한 진행. 타이밍 무난함.
(이건 애니가 아니라 영화에서도 쉽지 않은 건데)
- 클라이막스에서 눈물샘 자극이 잘 됐다는 점
'중간 이상' '좀' '그리' '적절' '나름 수월' 등등
무난하고 미적지근한 평가같지만... 이것조차 해 낸다는게
얼마나 대단하고도 기특한 일인데! 심지어 돈 잔뜩 쳐들인 헐리웃영화도 이만큼 못했던 영화 참 많았거든?!
즉... 내용 꽤 볼만 합니다.
어설퍼서 괜히 거슬리고 신경쓰이는 부분도 없고, 캐릭터나 상황에 몰입도 잘 되고.
개그코드는... 애들만 좋아라 웃는 부분이 꽤 되지만
어른도 피식하고 웃을 정도는 되요. (갠적으로 가장 웃겼던 건 눈에서 빔뽑는 잎새)
그리고 달수가 나오면 워낙 입담이 좋아서(배우님의 사투리 연기 덕)
일단 분위기부터 살짝 뜨거든요. 아 그러고보니 조연들 사투리가 꽤 자주 나오는데
그래서인가 좀 시골스러우면서 친근합니다.
마지막쯤엔
나 말고도 여기저기 훌쩍거리는 어른들 많았으니까...
관객들 마음과 감정 움직이는 것도 성공했다고 생각되구요.
위트나 재치, 발랄함은 약간 무뎌도
이 부분만큼은 디즈니 극장판 애니에 밀리지 않았다고 생각 됨.
우리네 정서에 먹힐 분위기가 조금 섞이긴 했지만
이게 또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봐요.
제목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지만
진짜 내용은 암탉 잎새의 '그것이 인생계생이다'
마당을 나온 건 모든 일의 계기일 뿐이고.
잎새가 주인공 같지만 정확히는 잎새의 모성애가 주인공(?)
원래 '엄마'라는 단어가 또 사람 약하게 하잖아요.
계속 보다보면'청둥오리가 저렇게 스펙타클한 동물이었나'
'청둥오리가 저렇게 헤어스타일에 힘주는 동물이었나' 등등...
어째 청둥오리에게 더 관심 쏠리게 됩니다.
크고 굵직한 사건도 초록이 때문에 일어나거나 아님 초록이가 직접 겪으니까.
(참고로 초록이 역시 장난아닌 머리빨. 저 스타일을 소프트 모히칸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잎새가 존재감 잃고 주연에서 완전 밀려나느냐 그렇지 않고,
후반부에 다시 초록이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잎새나 초록이 누구 하나 비켜주는 거 없이 얘기를 잘 끌어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쯤 가면 '엄마 엉엉ㅇ엉엉ㅇㅠㅠㅠㅠ' 하고 울고싶어지게 되죠.
아마 불쌍하다고 우는 아이는 물론
엄마도, 독립해서 엄마랑 떨어지게 된 성년도
그 장면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들 겁니다.
세기의 명작급까진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애니메이션이에요.
추천합니다. :)
4. 발전해 줘서 고맙습니다
특히 내용면에서.
이야기풀이가 중간이상을 유지하니까 다른 이런 저런것들도 절로 커버가 된다는 느낌.
이제 둘리의 얼음별대모험 말고도 첨부터 끝까지 버티며 볼 수 있는
극장판 국산애니가 하나 더 생겼구나ㅜㅜ
그 동안 영상은 괜찮게 뽑아놓고
스토리 완성도나 흥미도에서 잔뜩 말아잡쉈던 그전의 국산 애니들을 생각해보면
이 만큼 발전해 줘서 더욱 다행이고.
아직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리고 '국산애니치고' 라고 하면서 어느정도 여러가지 감안하고 기대치를 낮춰둬야 하긴 하지만
(솔직히 아직 미국/일본급이 되기엔 멀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점.^^
목매달고 환장할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콘텐츠로서 '재미가 있으니까'
그 동안 투자한 돈과 시간과 인력이 아깝다는 소리 안 나오게
요렇게 안전무사하게 작품이 나와줘서 고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