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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또는 팬아트/감상만

감상 : 만화 플루토. 완결까지 다 봤습니다

플루토 Pluto 8플루토 Pluto 8 - 10점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서울문화사(만화)

마지막권 나온지가 언젠데... 전 이제야 보게 됐어요. 한참 뒷북이네요.
데즈카 오사무의 '지상최대의 로봇'원작을 본지는 꽤 돼서...
원작이 아마 7권인가 8권까지였든가요? 가물가물한데, 




 기분탓인지 이 플루토도 일부러 8권이내에서
맞춰 끝내려고 한 거 같더라구요.





※앞서 말해두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글입니다.




마지막 8권을 읽고 책을 덮은 후,

감동이나 여운이나 뿌듯함 이전에,
첫째로 '두세권정도 분량이 더 었으면 더 괜찮았을텐데'
둘째로 '내가 너무 꼬아서 생각했나...' 이 두 가지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이 그렇듯
이 플루토도 침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스토리 재밌고, 그림도 좋고, 영화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연출과 묘사,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를 위한 떡밥도 있고, 싶이 생각할 거리도 주고, 우라사와 나오키 특유의 덤덤한 에피소드 속에서 문득 배어나오는 감동도 있어요.

하지만, 8권안에 이런저런 내용을 다 담다보니(미래시대, 로봇, 차별, 감정, 전쟁, 권력 등등등)
유난히 설명조의 대사들이 많고 - 가령, "네가 바로 어쩌구저쩌구때 어쩌구저쩌구에서 어쩌구저쩌구 활약을 한 누구누구인가" "나는 로봇이기 때문에 어쩌구저쩌구하지만 어쩌구저쩌구..." 그냥 짧막한 설명글이나 나레이션, 독백을 넣어도 될 거 같은데 굳이 대사로 다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적이 여러번.
게다가 특히 막판 8권에는 전권에서 심오하게 넣었던 떡밥들이 대부분 밝혀지는데, (게지히트의 지워진 기억, 보라의 정체 등등)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좀 그냥그랬던 것도 많았고... 전 고지나 보라가 더 대단한 배후세력의 심볼이나 뭐 그런 건 줄 알았거든요. 하긴 원작을 따라간다는 걸 감안하지 않고 저 혼자서 너무 배배 꼬아서 생각했던 건 지도 모르죠.
게지히트의 기억이나, 클라이막스 장면은 짧은시간안에 그런 행동이나 생각을 하는게 조금은 갑작스럽다고 할까 의문스럽다고나 할까 얼떨떨하고 허망했던 부분도 있고. 마지막장면은 뭔가 세인트세이야같아서 보는 내가 좀 뻘쭘...




뭐, 이렇게 주절대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우라사와 나오키.
단순히 원작 다시 그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다운 스타일로 자기 나름의 플루토를 그렸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원작보다 이걸 먼저 본 사람이라면 이쪽이 원작보다 더 나아보일지도 몰라요.
사실 원작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가가 리메이크를 맡았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기획이었고 말이죠. 그리고 솔직히 우라사와 나오키쯤 되니까 자동까임방지..아니, 원작포스에 안 눌리는 이정도의 리메이크를 그릴 수 있었던 거 아니겠어요? (예전에 리메이크 블랙잭 보고 '이게뭥미'했던 걸 생각해보면... 작가는 누군지 모름)


제 경우엔 '우라사와 나오키가 아톰을 그린다'는 소리 처음 들었을때 가장 궁금하고 기대 됐던 게
'그 기상천외한 헤어스타일..지극히 만화적인 캐릭터들을 어떻게 그려낼까'
이거였거든요. 그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우라사와 나오키 고유의 그림체로 세련되게 다듬어졌으면서, 그러면서도 원작의 개성이 다 보이는게...
(전투슈트버젼이나 몽블랑, 노스2호같은 기계티 나는 모습은 메카닉이라기보단 특촬분장같은 느낌이 나긴 했지만)

게지히트는 말할 것도 없고, 보는 것 만으로도 훈훈해지는 브란도 아저씨,
우월한 엡실론의 미모(?), 머리에 난 미스테리 뿔 두개를 적절하게 뻗침머리 처리한 아톰.


내가 바로 우라사와 나오키표 아톰이다
뿔 두개가 사실적으로 표현된 좋은 예
 


우란은... 개인적으로 좀 별로였지만.. 

(원작 우란이 꼬마여자애답게 귀여웠다면, 플루토 우란은 상징적인 대사랑 돌출행동이 워낙 많아서
'신기들린 초등학생'이란 느낌밖에...)

사하드도 괜춘했구요. 솔직히 우란과 노닥댈 때의 훔친 몸 버젼이 더 취향이지만...



훈남 토목작업로봇아저씨.
처음엔 이 모습이 플루토 본체인줄 알고 완전 설렜었는데...

아무튼, 그런 주요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데즈카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코주부박사님(오챠노미즈) 수염아저씨(반 교장).
그리고

아톰 아빠 텐마박사...

그 헤어스타일을 이렇게 현실적으로 납득가게 소화시키다니.
(정말로 이런머리를 한 교수님이 실존해서 세계 어딘가에서 까칠한 강의를 하고 있을것 만 같다)
심지어 중후한 멋까지! 카리스마 작렬!



단순히 외모 뿐만이 아니라 성격이나 행동도,
원작에서 잠깐으로만 보여진 모습을 우라사와 나오키는 자기 나름대로 보다 깊이 파고들어 그럴싸하게 설명합니다. 굵은 줄거리보다 이런 7로봇 개개인의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아톰에 대한 텐마박사의 복잡한 심정이 잘 설명되어 있는 장면(5권 아톰과 함께 식사)이 플루토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깊더군요. 원작의 텐마박사는 너무 잠깐 나와서 그런지 그냥 아톰에게 실증나서 '넌 실패작이야' 라며 깽판부린 나쁜 아빠 같았는데 말이죠.

스포일 좀 하자면
저 나이대 초딩이 아빠랑 같이 밥먹으며 저렇게 착실하게 대답할리가 없죠. 
그러니까 아톰은 실패작(?)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고,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 식상하다 싶은 전쟁/폭력/증오/권력..등등의 메시지는 제껴두더라도, 미래사회에서 '로봇'의 사회적 위치나(특히 그들이 당하는 차별과 소외) 그들이 감정을 배워가는 모습(정확히는 표출하는 법)이 그럴싸합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을 봤을때보다 더 많이 마음에 와닿게 되고, 거기서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차별이나 감정같은 건 단순히 만화속 로봇들 만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개인적으로 과격한 로봇차별단체의 모습이나 로봇인권법 보다는,
로봇들이 일상적으로 툭툭 접하게 되는 차별발언과 차별을 강조하는 시설물.
그리고 로봇 끼리만의 알수없는 연대감이 참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맛있는 척 먹어보는 아톰과

로봇으로서 처음으로 눈물 흘려보는 게지히트의 아내 헬레나
(아마 위에서 아톰의 '인간 흉내내기' 행동들 역시 텐마박사가 가르친 거 아닐까 싶어요)


이런 것들 만으로도 이 만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데즈카오사무의 팬과 우라사와 나오키의 팬 둘다 만족시키는 작품이에요.
만화 자체의 전체적 완성도가 높아 소장가치도 충분하고 말이죠. 만약 두세권 정도 분량이 더 있었다면 마지막권에서 후딱 지나간 부분도 보완이 됐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약간 있지만, 그래도 역시 재밌었습니다. 전권 사놓길 잘했어요.


※ 위 이미지들은 가지고 있는 단행본을 직접 일부 스캔한 것으로, 리뷰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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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tothej.tistory.com2010-06-27T12:16:24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