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 또는 팬아트/팬아트도

팬아트 & 감상 : 카시카. (원제 : 꽃피우는 청소년)


카시카와 리렌

카시카와 리렌.

애니에선 '카지카'라고 부르던데
전 만화로 먼저 접했으니까요. 아무래도 카시카가 더 익숙해서.

애니가 나왔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았습니다.
(2009년에 방영했다니! 마지막 권 완결이 2000년에 났는데)
원제도 그제서 알았죠.

'꽃피우는 청소년'


...푸왁!

이 무슨 80,90년대 청소년 드라마 같은 이름이란 말인가!
(일본어론 느낌이 좀 다르겠지만)

한국판 단행본은 주인공 이름따서 제목이 '카시카'인데
오히려 이쪽이 묘하게 외래어 같은 것이(?) 세련된 듯 하면서도 어감도 임펙트 있고.
개인적으로 이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익숙한 탓도 있겠지만...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 전 단행본이 더 익숙하니까 단행본 기준으로 갑니다↓)

세계적인 대기업 제벌2세의 딸 '카시카.번즈워스'
어렸을 때 한번 납치미수 당한 후로(그때 엄마가 감싸다가 돌아가심) 
꼬꼬마때부터 키벌린 섬에서 키워져서
제벌가 딸 치고는 세상 물정 모르고 (모른다기 보단 관심 없음)
야성적이고 소탈한 성격. 짐승녀

아버지 해리.번즈워스는 딸내미가 중딩이 되자 갑자기 불러내더니 밑도끝도 없이
'니 남편감 찾는 게임을 하자!' 라고 하더니,
보호자 겸 보디가드 겸으로
19살에 홍콩그룹 총수직을 맡고 있는(...)
판. 리렌을 붙여줌.
그러면서 리렌에게 너 한번 염장 좀 질려봐라 이럼



(안 닮았지만...어쨌든)

미남 종결자(?) 프랑스 귀족,
석유강대국 라기네이의 둘째 왕자님,
미국 거대제벌그룹 2세(게다가 번스워즈 그룹 라이벌)
요 엄친아급 3사람이 신랑감 후보인데

어쨌든 만나서, 다 카시카에게 반하고
카시카는 그런 쪽에 영 둔하다보니(라기보단 관심없음) 본의 아니게 어장관리 하다가
자기 출생의 비밀도 알고 그 땜에 이런저런 큰 사건에 휘말렸다가
막상 나중엔 '아는 오빠' 하고 이어지게 된다는...

그런 내용.


...이렇게만 놓고 보면 
참 비현실적인 막장 역할렘 순정만화 같습니다만...
(새파랗게 어린 놈들이 기업을 움직이지 않나 왕자까지 등장하고)
완전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실제 분위기는 좀 달라요.




'남편감 찾기'는 어디까지나 구실.
실상은 카시카를 보호하기 위한 인맥쌓기 ...겸, 리렌 질투 유발시키기 였다는 거.


사실 카시카는(정확히는 아버지 해리가) 출생의 비밀이 있어서
 -> 톡까놓고 얘기하자면, 해리는 라기네이 전전 국왕의 사생아.
     그리고 라기네이 전통에 따라 진짜 왕위계승 1순위는 해리의 딸 카시카.
필연적으로 라기네이 왕국과 얽히고 여러모로 위험해 질 텐데,
심지어 카시카가 이어받은 야생마같은 기질땜에 그냥 내버려둬도 이리튀고 저리까불고 할테니
아주 유능하고 똘똘하면서도 진득하게 쫓아다닐 근성있는 남편=보호자가 필요.

그래서 해리가 생각하기를 '리렌 얘가 사위감으로 맘에 들긴 한데,
 내 딸을 감당하려면 좀 더 망가지고 과감해져야 해.
 기왕이면 딸에게 올인하도록 그룹 총수도 때려쳤으면 좋겠군.'
그리고 만약 카시카가 다른 3명중에 하나랑 결혼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고...

라는 생각에- 사실은 아주 오래전 부터 리렌을 찜해놓고선
리렌 속을 벅벅 긁어대고, 남편감 후보들에게 떡밥 던져놔서
카시카의 일들 수습하는거 도와주게끔 만들고
리렌도 각성(?)하고, 천하의 둔녀 카시카도 연애감정에 눈 뜨고

모든 건 아버지 해리.번스워즈의 뜻 대로.
이야~ 사악하다 아버지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여주인공의 진짜 상대역이 누군지 알려주는데다
라이벌들 끼리 쟁탈전은 커녕 다들 사이좋게 지내면서
리렌에게 몰아주기(?)까지 해 주는 판.
역할렘물 치고는 '누구랑 이어질까'하는 긴장감은 별로 없는 편입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했는데 리렌과 안 엮어지면 작가 멱살을 잡아야 할 판

게다가 전체적으로 연애보다는
암살에 뒷조사에 세력견제에 테러에 쿠테타 왕권교체 등등...
라기네이 왕실을 중심으로 한 파란만장한 사건들에 더 무게중심이 쏠려있고
(중 후반부에선 루마티가 거의 공동주연급)
순정만화 장르상 리얼함이나 심도 깊음에 한계가 있긴 해도
내용이 상당히 묵직한 편이에요.

결정적으로 주인공 카시카가 여느 순정만화 여주인공들하고 달라서
읽고있음 좀 색다른 기분이 들죠.

샤프한 눈매에다 중성적인 외모. 두둑한 배짱에 행동력과 카리스마...
남자들에게도 '사랑스러움'으로 어필하기보다는
대범함으로 감화시키(?)거나 트라우마에서 건져내 주고.
연애에 대해 둔할지언정, 남자 여럿 놓고 치사한 저울질 하지 않으며
이성관, 연애관이 독특^^; (순진하다기보단 괴짜. 
 "남편 따위가 아빠나 오빠보다 대단할 리가 없음" 막 이러고)

하지만, 그런 카시카도 결국 리렌을 '오빠이상'으로 의식하게 되면서
바뀌는 단계를 서서히 보여주긴 합니다만.^^
그래도 마냥 꽃만 날리는 순정만화가 아니니까
그래서 그때 더 좋아했던 거 같아요.


카시카는 주변 인물들을 감화시켜 마음의 그늘에서부터 해방시켜주고
(근데 리렌은 해방이라기보단 고생길 시작;)
더 나아가서 라기네이라는 나라의 변화도 거들어주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도 여성으로 꽃피듯이 깨어나고.
제목대로 여러가지를 '꽃피우는 청소년'

(하지만 '카시카'란 제목도 썩 어울린다고 봐요 
 주인공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암시하는 거 같아서)

...아무튼,
한 때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던 만화고
지금은... 뭐 솔직히,
번역 때문에 '애들이 너무 영감님 말투를 써ㅋㅋ' 하고 웃고,
그 밖에 너무 거창해서, 혹은 옛스러워서 오그라드는 표현도 쫌 있고
내 머리가 굳은건지 세월이 너무 지난건지 딴지걸고 싶은 부분도 꽤 있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매력있는 만화에요.

별5개까진 아니더라도 4개는 넉넉히 줄 수 있는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