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향/문답

취향 : 키다리아저씨(2) - ...는 사실 못났다

이 취향 카테고리는
분류를 어디로 잡고 발행시켜야 할 지 참 애매하네..

...어쨌든...






보통 '키다리아저씨'라고 하면 이런 느낌이죠.


여주인공에게 호의를 갖고 경제적+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그걸 또 나서서 '내가 그랬다'고 생색내지도 않고
들였던 돈 다시 본전 뽑으려고 하지도 않는 넉넉한 마음씨.
그저 멀리서 아빠미소 짓고 있는 점잖고 배려많고 다정한 훈남.

애정이라기 보단 부성애, 보호심과 비슷하면서도 그래도 역시 결론은 애정. 
간접적인 어필이란 부분을 보면 플라토닉 적이기도 하고...

...하여간,아무튼 대충 이런 느낌?


이게 은근하고 묘한 낭만이 있기 때문에,
'보라빛 장미의 사람'이라든가...
드라마에서 '~의 키다리아저씨' 라고 캐릭터 소개 됀다거나 
이곳 저곳에서 벤치마킹 되곤 했습죠.


꼭 연애쪽으로 가지 않더라도, 
'뒤에서 좋은 뜻으로 몰래 도와주는 인자한 아저씨. 또는 신사'란 느낌은 꼭 남아있어서
금융이었는지 뭐였는지는 몰라도 '당신의 키다리아저씨가 되겠습니다'
어쩌구저쩌구 하며 CF도 나왔었습니다...

좌우지간,
'아저씨'가 뒤에 붙는 만큼, 
절대 경거망동 하지 않는 어른의 이미지가 있는데





......어른은 무슨.


막상 실제 작품 속 키다리아저씨는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



1.

물론 남자쪽이 확실히 연장자 느낌을 풀풀 내면서(14살 연상)

뒤에서 한발자국 물러나 여주인공을 몰래 도와주고
곁에서도 이런저런 살뜰한 조언을 해 주고
금전적 지원을 빌미로 어떤 의도 비추거나 하지도 않고 절대 생색도 안 내고

둘이서 달짝지근하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는 
연애 미만의 아주 건전한 시간을 보낸 것도 맞지만

->사실 소설에서도 등장인물의 구체적인 연애감정 이야기는 
   맨 마지막 편지 두 통 밖에 안 나옴


겉보기에는
보편적인 '키다리아저씨' 이미지를 갖추고 있지만

그 뒷면에는...



자기가 파 놓은 무덤 수습도 못하고 안달복달하는
정신연령 초딩인 남자의 서글픈 갈등과 삽질이 있었으니...



한참 어린 여자애 상대로 
괜히 속좁은 똥고집을 부렸다가 대판 싸워가지고 
반년동안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지미같은 놈 갖다버려. 나랑 사귀자' 라고 까놓고 말하고는 싶은데
자기가 처음에 잡은 컨셉에 발목잡혀 그렇게도 못하겠고 

이러다 죽쒀서 개좋은 꼴 = 어장관리만 당하고 끝날까봐
혼자서 속을 부글부글 끓이다 겨우 청혼을 했더니 단박에 차여서
그 충격 때문에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정말로) 
겨우 다시 살아난 양반.


그나마 마침 상대도 그쪽에게 맘이 있었으니 천만다행이었지...
아니었음 참 찌질하고도 불운하게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던
그런 남자였다고요... 키다리아저씨는.


어디가 인자한 신사냐 어디가
아니, 원랜 신사였는데 쥬디에게 반한 뒤로 저렇게 된 건가?
그렇다면 쥬디...무서운 아이...(덜덜)




2.

...여기서 잠깐 다시 짚어보는
키다리아저씨 줄거리.



3.

어릴때는 그냥 쥬디가
운좋게 돈많고 착한 아저씨를 만난 거라고만 생각하고

'왜 반항하지? 얘가 복에 겨워서 이런가' 이랬었는데

나중와서 편지의 날짜라든가 
전후 사건 이런저런 거 찬찬히 훑어보니까
쥬디는 나름 이유있는 반항을 했던 거고

오히려 키다리아저씨 = 저비스. 팬틀턴씨가


쥬디가 맨 마지막에서 두번째 편지에서 지적했던 것 처럼,

몸만 커다랗게 자랐지 속은 완전 애


부잣집 도련님이다 보니 떼쟁이 버릇이 있다고나 할까

상황이 제 뜻대로 안 돌아가면 
자기보다 14살이나 어린 여자애를 상대로 진심으로 화를 내며 싸우질 않나,
게다가 오랫동안 유치하게 꽁해 있어요. 뒤끝도 장난 아님.
질투도 엄청나게 해 댐.
어쩔 땐 오히려 쥬디가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일 정도.


단순하기는 엄청 단순해서
날짜 간격을 따져보며 쥬디의 편지를 읽는 것 만으로도
이 아저씨의 속내가 다 보이는게ㅋㅋㅋ
너무 웃기고 불쌍한 거에요. 이런 못난 남자 같으니

근데 또 쥬디는 그걸 못 알아채니까
아저씨의 속타는 질투, 초조함, 망설임 같은 건 전혀 모르는 채
편지에다 저비스씨 뒷담까는 말이나 써 댐ㅋㅋㅋ
으으... 불쌍해 저비스씨ㅠㅠ





...이번 글은 이쯤에서 끊고, 이 다음얘기는 또 나중에...